생각은 얼마든지 과거와 미래를 오간다. 그러나 카메라는 현재만을 찍는다. 인간의 눈과 카메라의 렌즈는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이다. 카메라가 인공지능으로 발전한다고 하더라도 안되는 건 안된다. 눈은 착시를 통하여 그렇게 보이도록 해준다. 우리 속담에 '자라보고 놀란가슴 솥뚜껑보고 놀란다.'란 말이 있다. 자라보고 놀란 경험이 있다면 솥뚜껑을 보면 가끔 자라를 본 것처럼 착각하게 된다. 그것은 솥뚜껑을 보자마자 그곳에 자라가 꿈틀거리기 시작한다. 눈은 그렇다. 착시를 일으키는 것이다. 그러나 카메라는 냉정한다. 얄짤없다.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로다이다. 있는 그대로를 냉정하게 보여주는 카메라와 생각대로 착각하는 눈! 이제부터 그 둘의 대결이 시작된다.
카메라를 통해서 보이지 않는 세계, 특히 과거를 찍는다는 것은 쉽지 않다. 또한 여행지에서 과거를 찍으려면 우선 그곳의 과거와 그 곳에 살았던 사람들을 알아야 한다. 그 시절의 문화와 그 사람이 어떤 스타일이고, 무슨 생각을 했으며 무엇을 했는지를 깊이있게 바라보고 성찰이 필요하다. 그래야 그곳으로 들어갈 수 있다. 그것이 전제 조건이다.
우선 과거스러운 방법을 몇가지만 제시하자면 바랜 색깔, 희미한 시선, 그리고 그런 질감을 꼽겠다. 노래가사 중에 갈색 추억이란 말이 있다. 추억은 갈색으로 생각하게 되었던 이유는 흑백사진이 빛에 바래면서 화학작용을 한 것이다. 이런 분명 흑백사진이었던 것이 변질된 것을 우리는 오래된 것으로 인식했던 것이다. 칼라사진은 바래지면 채도가 떨어진다. 색상의 선명도가 낮아진다. 그런 사진은 후작업을 가하는 것이 좋다. 물론 카메라에서 처음부터 조정을 하면서 찍을 수도 있다. 그 다음은 질감이다.
특히 피렌체의 골목길을 걷다보면 500년전의 길과 건물의 벽들을 만날 수 있다. 그곳을 새 것처럼 표현하면 안 된다. 오래된 질감처럼 빛과 화각을 이용하여 그럴 듯하여 표현하여 과거의 그곳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희미한 기억이란 단어다. 기억은 희미한다. 선명하지 않다. 불확실한 이미지를 표현한다. 아웃포거스나 흔들림과 같은 간단한 기법을 활용하여 아련한 느낌을 준다. 이 세가지만 알고 여행을 떠나도 과거로의 여행이 가능하다.
윗 작품에서 보는 바와 같이, 과거의 작가를 표현한다면 베네치아의 티치아노 작품을 말하고 싶다. 산 마르코 광장에서의 구도를 통하여 그를 만날 수 있다. 성모자상이 있다. 그 사진은 기존의 방식인 성모자가 가운데 위치한 것은 한 쪽으로 몰면서 다른 한쪽에는 붉은 색 깃발을 내세우면서 균형을 맞추었다. 나 또한 그곳에 걸어가는 여인을 한쪽으로 몰로 반대쪽에는 종탑과 붉은 색 깃발을 배치하면서 티치아노라는 작가의 화풍을 흉내내기에 이르렀다. 물론 이건 설명이 필요하지만 사진을 찍어놓고 상대와 대화를 나눌 근거를 제시하기때문에 문제 없다. 이런 식으로 활동했던 작가를 끌어내는데 가능하다.
현장에서 생동감있게 표현하고 과거로 들어가기 쉽도로 인도하는 것이 하나 있다. 이번 여행이 그랬다. '판소리의 고수'처럼 창을 하는 사람에게 어깨춤을 추도록 도와주는 고수이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꿀구라 김태진 교수의 감칠 맛나는 설명이 막구라를 과거의 그곳과 그들을 만나게 하는데 확신을 주었다. 누구나 과거가 존재한다. 그 과거는 내 스스로가 경험했던 과거이다. 그러나 처음가는 곳은 그곳에 대한 사전학습과 그곳에서의 경황이 필요하다. 물론 사진의 스킬이 마지막 완성도를 말해준다. 사진으로 불가능한, 카메라의 습성을 뛰어 넘는 과거를 찍는 사진찍기 방법 중에 몇가지를 선보이며 이 글을 맺고자 한다.
EBS 방송에서 밝힌, 과거로 돌아가는 사진 찍기.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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