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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휴 칼럼/Photo Essay

우연을 가장한 필연적 만남, 전주 한옥마을에서.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우연히 접하는 광경은 사진찍는 맛을 더해준다. 이른 아침 전주 한옥 마을을 빠져 나오며 사진을 찍고 있었다. 일행이 한 방향으로 사진을 찍고 있었다. 어딜까를 생각할 겨를도 없이 절묘한 순간이 나에게 다가왔다. 자동으로 셔터가 눌렸다. 놀람일까, 환희일까, 아무튼 좋다. 이건 분명 포퍼먼스는 아니었다.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완벽하다. 이런 장면을 접할때면 나는  우연을 가장한 필연적 만남이라는 멘트를 쓴다. 한 줄로 서서 찍으라는 것도 아니고, 돌아가면서 셔터를 눌러야하는 무슨 기념촬영도 아닌데 이런 우연이란 나에게 준 선물같은 것이었다.

인류의 변천사? 원시인으로부터 현대인의 형태로의 변화된 그림같았다. 이 사진에는 사진을 배우며 익숙해가는 과정을 그린 것이다. 물론 비유적이긴 하지만 카메라를 처음 접하고 사진을 배우면서 익숙해가는 과정이라고 설명하면 딱이다. 좌측으로부터 설명은 시작된다. 카메라를 사면 작동법을 배운다. 여기저기 다니며 뭘 찍을까를 고민한다. 그 다음에는 실행으로 다양한 시도를 하게 된다. 이때 많은 것들을 느끼며 배운다. 이런 과정이 물으익으면 빠져든다. 순간 순간, 멋진 장면을 찍으며 즐거움도 느끼며 몰입하기 시작한다. 

세상에 많은 프레이밍의 구역을 선택하는 일과 더불어 그 안에 어떤 배치를 할 것인지를 선택한다. 인생과 같다. 선택의 연속이다. 사진찍는 이의 의도는 일상에서 변명과도 같다. 무슨 일을 저질러 놓고 거기에 대한 변명말이다. 변명은 의도의 다른 말이다.   

사람들이 바라본 곳이다. 렌즈의 화각, 노출, 색온도 등에 따라서 쌩판 다른 사진이 된다. 그들이 지향했던 그곳에는 그들의 마음이 존재하고 있을 것이다. 사진의 완성도에서 테크닉의 차이란  조금이고, 큰 것은 생각의 차이라고 말하고 싶다. 생각은 비전이고, 그 비전에 의해서 결과가 달라진다. 깊은 사유와 세상을 바라보는 혜안이 필요하다. 특히 디지털화된 현재에는 더욱 그렇다. 무엇보다는 어떻게라는 논제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자, 이제 생각은 끝났다. 찍자. 우연을 가장한 필연적 만남을 위하여.


우연을 가장한 필연적 만남, 전주 한옥마을에서.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