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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휴 칼럼/Photo Essay

<어둠 속의 대화> 전시장 이야기.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어둠이란 무엇인가? 아무것도 볼 수 없는 것일까? 그럼 본다는 것은 무엇이고, 봄은 어떤 절차를 거쳐 의식으로까지 가는가? 이런 식의 말 꼬리물기 놀이는 지루한 일상보내기에 딱이다. 본다는 것은 빛의 지원을 받아야 한다. 세상의 시작은 빛이 있으라 명했고 그로 말미암아 세상이 탄생되었다. 우리가 보는 것이 실제인지 아니면 단지 이미지인지도 고려해 봐야 한다. 그리고 상상이나 회상으로 만들어지는 이미지는 어떻게 의식하는지도 논제에 넣어야 한다. 이미지로 의식한다는 것은 절차상으로 볼때 시각을 통하여 지각하고 그것이 뇌로 전달되면서 의식하게 되는 것이다. 전달되는 것은 단지 이미지인 것이다. 그렇다면 현장에서 봤던 선명한 이미지와 회상이나 상상에서 떠올랐던 약간은 흐릿한 이미지는 단지 선명도의 차이뿐인가?  현장에서 봤던 이미지도 보자마자 과거 속으로 빠져드니 그 차이는 크지 않다. 이렇게 우리가 시각이 삭제한 상황에서 어둠을 현실로 직면했을때 이미지를 만들어 낸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시각장애인들이 볼 수 없다고 말할 수는 없다. 결국 우리는 이미지로 세상을 접하고, 눈이라는 시각적 도구를 통해서만 이미지를 의식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시각을 포함한 오감 모두가 이미지를 만드는 창구로 본다면 우리가 볼 수 있는 세상은 다양해진다.

<어둠 속의 대화>, 아주 흥미로운 전시에 다녀왔다.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섹션이 전시장과 관람이란 란으로 나뉘어져 있다. 전시장이나 관람이라는 단어의 공통점은 보다이다. 어둠 속에서 뭘 보여준다는 말인가? 그러나 이 기획자는 본다라는 말의 의미를 달리하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의 말 중에는 먹어 보다, 맛 보다, 들어 보다, 느껴 보다와 같이 뒤에 따라오는 것에는 전부 보다라는 말이 있다. 결국은 모든 감각이 시각으로 결집된다. 윗에서 말했듯이 맛보는 것에서 우리는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그럼 보다라는 시각이 없어져도 이미지를 생성하는데는 문제가 없다. 그래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의 관람이 가능한 전시장이었던 것이다. 흥미로우면서도 심오함이 담긴 전시제목이다.

산마루에 오르다. -어둠 속의 어딘가에서 새소리와 바람소리가 들렸다. 몇 일이 지난 지금도 떠 오르는 기억이다. 기억이라기 보다는 공간에 대한 느낌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새 소리와 바람 소리가 들리고, 바람이 이마를 스쳤다. 아마 산들바람일거다. 실내에서 불어오는 인공바람이 아닌 듯 느껴지는 것은 감각을 통하여 상상의 세계로 바로 다가갔기 때문일 것이다. 이 사진을 상상 속에 이미지로 선택했다. 사진 속에는 새들도 바람도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새가 지적이고 산들바람이 불어온다. 녹색의 싱그러움과 들꽃의 청초함이 기억과 마주하게 된다. 숨을 깊게 들이쉬며 자연과 호흡해야 할 듯한 느낌, 그 상상속의 세상을 온전히 표현할 수는 없지만 내가 만났던 자연 속에서 충분히 그 세상을 그려낼 수 있다는 것이 사진이 주는 고마움이다.


시장을 가다. -왁자지껄 시장 상인들의 목소리가 정감있게 들려왔다. 과일과 채소들의 질감을 느낄 수도 있었다. 풍성한 먹거리까지 합쳐지면서 시각이 삭제되지 않았다면 느끼지 못했을 소리와 질감에 대한 부분과 과일향이 보이는 듯했다. 상상은 자유라는 말처럼 내 느낌 속에 젖어 들었던 의미들은 항상 즐거움으로 다가왔다. 상인들의 음성은 나를 어린시절 장터로 데려갔다. 어른들의 손을 잡고 거닐며 구경하느라 정신없었던 그시절 그때가 그리워졌다.


카페를 방문하다. -감미로운 음악소리가 연인들이 곁에 앉아 있는 것만 같았다. 카페 메니저는 차 한잔씩을 건냈다. 시원한 캔 속에 담긴 음료는 감미로운 맛으로 미감을 만족시켜 줬다. 어둠 속에서 맛은 절대적으로 다가왔다. 때로는 향으로 그 맛을 음미할 수도 있음을 깨달았다. 


배를 타다. -3D  영화관같은 느낌? 엔진소리가 들려왔다. 바닷 바람과 파도 소리 그리고 가끔씩 거친 파도가 뱃머리에 부딪치면서 얼굴로 날라왔다. 뱃멀미가 나는 것 같았다. 잔잔하게 운전하다가 과격하게 뱃머리를 돌리면서 어지러움을 느껴졌다. 지나가는 뱃소리가 속도감을 느끼게 해주었다. 

많은 체험을 할 수 있는 공간과 시간들이 있었지만 내 기억에 강렬하게 남아 있는 것은 시각이 없는 상황속에서도 세상은 훤하게 보였다. 어둠, 보이지 않는 곳에서의 다른 감각들이 새록 새록 살아난다는 것을, 시각이 없는 빈 공간을 다른 감각으로 채워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다음 날 아침, 들리지 않던 새소리가 창밖으로부터 들려왔다. 나에게 세상은 다르게 다가오고 있다. 기쁘다.

www.dialogueinthedark.co.kr 이곳으로 가면 전시 예약을 할 수 있고, 새로운 세상을 만들고 싶다면 전시관람을 강추한다.

<어둠 속의 대화> 전시장 이야기.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