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페이스 북을 애용한다. 페친들은 때로 피곤할 수도 있다. 그건 자주 글과 사진을 올리기 때문이다. 한동안 조용하기도 하고, 또 하고 싶을때 마구잡이로 글과 사진을 올리곤 한다. 어째튼 많은 친구들이 '좋아요'나 덧글을 통해 공감해 준다. 그들과의 정보공유내지는 공감은 나름 짜릿함을 느끼게 한다. 오랫적 친구, 사제지간 그리고 가족까지도 불쑥 말을 걸어 올 수도 있고, 생각지도 못했던 만남이 이뤄지기도 한다. 페이스 북을 떠날 수 없게 한 이유도 이번 휴가에서 드러났다. 휴가지에 대한 질문을 페북에 올렸고, 페친은 이곳을 소개해 줬다.
난 지금 휴가중이다. 물론 페친이 소개해준 누군가의 별장이다. 별장이라서보다는 인간적이어서 좋다. 조금은 인공미가 가미되었지만 그 인공이라는 의미는 주인의 의도가 적극 개입되었기에 인간적이란 것이다. 기간 중에는 서로에게 가해졌던 사랑의 표현(잔소리들)들을 접어두고 그냥 자유를 서로에게 주기로 합의했다. 아이들은 테레비나 스마트 폰에서 재미난 것들에 빠질 수 있고, 나는 글이나 책을 보거나 사색하기에 자유로워졌다. 나는 사실 일상의 연장이지만, 일상에서도 때로 가족과 함께 못하는 이유로 미안함을 가지고 있었지만 지금만은 가족이 곁에 있지만 그냥 자유롭게 하고 싶은대로 할 수 있어서 좋다. 사진을 찍은 장소는 숯불에 고기를 구워먹다가 바라본 집과 입구이다. 휘황찬란하지는 않지만 아기자기한 것에다가 곳곳에 주인의 섬세함이 묻어 있어서 좋다.
공간을 처음 접하다보면 눈에 띠는 것이 있다. 그것은 그가 좋아하는 풍경일게다. 이곳에서 처음 만나 이걸 어떻게 찍으면 잘했을까를 이모저모 돌아다니며 고민하다가 마침내는 찍었다. 비가 온 후라 습하고 오래된 나무의자에 이끼라도 낀것처럼 보인다. 사람들이 앉기에는 좀 그런 그곳에 화분을 올려놨다. 의도는 앉혀놓은 것이다. 아무튼 의인화된 화법을 구사하기에 안성맞춤인 풍광이다.
바닥에서 바라봐야 느껴지는 노랑 꽃이다. 위에서 찍으면 보일 둥 말 둥한 이 이름없는 꽃들! 물론 이들에게도 이름은 있다. 단지 내가 모를 뿐이다. 익숙하지 않은 이들에게 나는 무의미한 들꽃이라는 보통명사로 이름지어준다.무의미한 것은 아니다. 바닥에 납짝 업드린 척하는 이들이 나를 불러 세웠으니깐. 녹색에는 밝기에 따라서 연노랑을 머금고 있다. 그 닮음이 나의 시선을 끌었을 가능성이 높다.
스치고 지나가도 될 꽃들. 녹색과 붉은 색의 대비가 아름답다. 자연은 항상 우리들에게 말을 걸어오고 거기에 대답하면 사진을 찍는다라는 말이 항상 공감을 준다. 꽃이 아름다운 이유가 시한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의 나의 휴가처럼.
가족과 방문해 준 일행은 이곳에서 늦은 점심을 겸한 저녁을 먹었다. 용문산 주변, 지평 막걸리를 사왔다. 어린시절 보리대로 빨대를 만들어 빨아 마셨던 그 막걸리의 맛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었다. 비가 그친 후 드러나는 녹음의 풍성함이란. 집 뒤편에 텃밭에는 야생화들이 심어져 있었다. 인공정원이었지만 주인이 공들인 결실들이 아름다웠다. 얼마전 순천의 정원박람회장의 인공미 못지않게 그 자연스러움이 유지되기 위한 인간의 손길이 필요함을 이곳에서도 똑같이 느꼈다. 자연스러움, 인공미를 잊어버릴 정도로 자연스럽게 자연 속에 젖어 있었다. 사람들은 항상 자연을 가장하기 위해 불편할 정도의 노력을 한다. 뒷뜰의 들꽃들은 자기 공간임을 천연덕 스럽게 앉아 있다. 이 모습이 나는 좋다. 당당함, 가식적이지 않은 그들의 풍광은 더욱 자연 속에 빠져들어 그들과 하나가 되도록 끌어들이고 있었다. 이런 휴가를 보내다니 꿈만같다.
나를 깨우던 자명종은 어김없이 울어댔다. 새벽 빛에 끌려 밖으로 나갔다. 마을길을 따라 돌아 다녔다. 좁은 길과 전봇대, 그리고 전선줄은 시골의 정서였다. 안개가 자욱이 낀 마을은 평화스러웠다. 농부의 손길이 논두렁을 따라 보이며, 시선은 두루 마을을 바라보고 있었다. 대낮의 질감과는 다른 이른 아침만의 풍광은 자연이 품고있는 다양성에 볼 수 있었다. 감동이었다. 이렇게 휴가 둘쨋날은 시작되었다.
2015년 여름 휴가지에서 자연과의 대화를 나누는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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