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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휴 칼럼/Photo Essay

특명, 얼굴을 설명하라.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얼굴과 거울! 협업인가 서로에게 악인가. 정답을 굳이 대라면 '그때 그때 달라요' 이다. 거울 안의 자신이 진정한 나일까? 거울이란 단어에 반사적으로 물음이 쏟아진다. 아이러니. 뒤바낀 환영에 착시를 일으키는가하면 그 안에 자신을 바라보며 슬픔에 잠기기도 한다. 참말로, 거울은 인간에게 뭘 보여주려는지.


*나를 바라보는 나의 눈에 비친 나를 설명하는 이미지로 이 사진을 택했다. 희미하게 잘 보이지 않으니깐 말이다.

내가 거울에 의문을 던지는 건 거울을 매일 보면서도 자신의 얼굴을 설명하지 못한다는 것 때문이다. 수업시간에 자신의 얼굴을 설명하라고 주문했다. "내 얼굴은 조금 어두운 톤이구요, 입술은 얇은 편이고 눈섭은 조금 올라가고 눈은 짝째기예요. 얼굴은 큰 편이구요, 머리색은 갈색이에요... 그리고 음..." 대부분이 이런 식이었다. 20년 이상을 봐왔던 자신의 얼굴을 설명하지 못하다니 놀라웠다. 객관성의 결여, 아니면 익숙함에 젖어 있기 때문에 뭐 이런 다양한 답변이 있을 수 있지만. 물론 얼굴이란 존재 이유가 자기를 위한 것이 아닌 소통의 도구라는 의미라서 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소통에 중점을 둔 나머지 자신에 대한 객관적 평가, 즉 설명을 할 수 없는 것이지. 

소유주가 자신인데도 자신의 얼굴에 대해 정확하게 설명하지 못하는 것은 그럴 수 밖에 없는 무슨 사연이나 철학적 사유가 존재하는 것이다. 오늘따라 나의 글들이 물음표 일색이다. 인지에 대한 방식은 비교를 통한, 객관적인 성찰을 통한 다양한 방식이 있지만 얼굴이라는 기준이 없기때문이 아닐까. 얼굴이 크고, 눈이 작다는 등 다양한 자기평가적 언어가 과연 그 기준을 어디에 두고 한 말인가. 단지 자기의 주관에 맡겨져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대한민국의 평균 신체 사이즈는 있지만 평균 눈과 입 그리고 코의 크기는 없지 않은가. 없다는 것은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것과 그럴 수 없다는 것으로 나뉜다. 얼굴을 규정지을  수 없는 것은 얼굴이라는 기준도 없는 것은 미의 기준이 없는 것과 같은 논리다. 

지금 나는 내 얼굴을 지금 보지 않고 설명하고자 한다. 물론 나의 얼굴은 여러장의 사진에서 다양하게 느꼈던 것처럼 나의 얼굴도 다분히 주관적인 설명일 것이다.

"나는 개성있다. 대한민국 남성의 평균키에 못미치는 165cm이다. 사실, 대한민국의 평균키가 얼마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사람들을 만나다보면 나보다 작은 사람은 드물다. 머리숫이 많지 않고 그것을 커버하기 위해 파마를 하기 시작했지만 지금은 그것이 나만의 특성으로 사람들에게 알려져 있기 때문에 파마를 풀 수도 없다. 머리에서 빠져나가 머리털을 보상받기위해 수염을 길렸다. 이 또한 이젠 트레이드 마크가 되어 수염이 없는 나는 생각할 수도 없다. 물론 나도 마음에 든다. 아버지를 닮아 입술은 도톰하고 큰 편이다. 눈은 자세히 훑어보면 갈색의 매력과 쌍커플이 살짝지어 괜찮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은 전체적인 분위기에 뭍혀 이 부분을 모를 것이다. 코는 짧으며 인중 밑에 부분이  주저 앉은 듯 매끄럽지 않다. 그래서 측면에서보면 자연스럽지 않고 이마가 많이 튀어 나온 것처럼 보인다. 눈썹이 짙은 사람들을 보면 부러울 정도로 엷다. 나에 비해 아들 딸의 눈썹은 진하게 잘 나 있다. 물론 눈썹은 짙어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 모나리자 다빈치가 모나리자를 그리던 시절, 여자들은 눈썹을 밀어버리는 것이 유행이었다. 턱선이 강하고, 얼굴의 비대칭도 강하다. 그러나 인형처럼 좌우가 똑바른 것은 인간적이지 않음으로 나는 대단히 인간적인 사람임이 확실하다. 또한 치아도 고르지 않다. 부친의 치아를 닮았다. 요즘은 치아 교정을 하지만 우리때는 그런 건 없었다. 그냥 생긴대로 살았기 때문이다. 이제와서 고른치아를 만들기위해 오랜시간의 번거로움을 갖고 싶지 않다. 물론 머리도 관리하면 된다. 그러나 꾸준한 관리할 자신이 없기 때문에 그냥 지내려고 한다. 나의 얼굴은 첫인상에 밝게 웃으면 괜찮은 사람이란 평을 받으나 무표정하면 상대가 나를 두려워할 정도다. 사실 웃는 인상과 무표정은 누구에게나 있는 것이지만 나는 특히 그 차이가 많다. 또한 피부는 검은 편이고, 관리에 신경쓰지 않은 것치고는 피부는 괜찮다. 자연미인이 아닌 자연인이고 생각하면 된다."

이렇게 글을 쓰다보니 얼굴을 설명하려면 책한권으로도 모자랄 것이다. 그건 그 간에 쌓였던 흔적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나의 얼굴을 이야기하자면 나의 49세의 삶을 논하고, 거기에다가 부모형제의 이야기까지 해야하니 말이다.

얼굴이란 비교할 수 없는 고유영역에 있는 존재이며, 특별히 설명할 필요없이 보여주며 소통하는 존재이다. 얼굴을 가꾸는 것은 값비싼 화장품이 아니라, 마음갖음에 있다. 웃어라, 웃으면 모든 일이 해결된다. 이 글을 쓰면서 많은 생각에 잠긴 나의 굳은 얼굴을 보면서 활짝 웃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웃음은 마음에서 자연스러운 것이여야지 억지웃음은 어색하다.  마음으로 웃는 법을 배워야겠다. 


특명, 얼굴을 설명하라.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