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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휴 칼럼/Photo Essay

어둠 속의 꽃잎과 빛이 만들어낸 그림자의 이중주.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여행은 낯설음을 즐기는 것이다. 여행을 '멀리 떠남'으로 규정짓지 않는 이유는 삶이 여행이기 때문이다. 물론 내 생각이다. 일상에서 접하는 낯설음만으로도 여행이상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앞문장은 일상,낯설음, 여행, 즐거움이란 단어들의 조합이다. 일상이 즐겁기를 바라는 것이다. 그 즐거운 일상에 가끔씩 비집고 들어오는 것이 있다. 권태다. 권태로부터 자신을 떼어 놓는 방법으로 사진만한 게 없다. 이미지와 텍스트의 유희는 커뮤니케이션의 또 다른 방법이다. 이제 종이가 의미로 다가온다는 것은 소통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뜻이다.

응달의 꽃잎들과 밝음 속에 그 자태를 뽐내는 그림자가 눈에 띈다. 빛과 그림자는 이분법의 근원이다. 정적인 것과 움직임, 고요와 소음, 그리고 나와 타자를 아우르는 둘의 대립은 현재 진행형이다. 소담스럽게 피어오른 꽃잎이 어둠 속에서 아우성을 치고 있다. 그림자는 빛에게 주도권을 내어주어 자신의 탄생과 죽음도 빛에 의존하고 있다. 햇살과 대화하고, 바람과 노니는 자태는 고고한 학과 같다. 작아서 보이지도 않을 정도의 꽃잎을 보노라면  흔들리는 바람에도 그의 얼굴은 숨어 버린다. 이제서야 찾아온 나를 기다림에 지쳤을 그가 대하는 태도이다. 수줍은 것이다. 원망이 아닌 감사이다. 만남이란 그들과의 관계를 드러내는 과정이다. 

빛에 의해 완성된 그림자는 타자성에 의해 존재한다. 스스로 빛을 만들 수 없기 때문이다. 사진도 그림자를 닮았다. 도저히 스스로 완성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프레임 속에 담을 피사체가 존재해야 가능한 일이다. 더불어 그림자는 피사체에 의해서 탄생된 것이지만 프레임 속에서 큰 역할을 한다. 때로는 프레임 전체를 그림자만으로도 채우기도 한다. 이 모두는 사각의 프레임 안에서 서로를 이야기화 할 수 있을 계기를 제공한다. 사진은 표면화된 이미지에 의하여 또 다른 이야기를 만들며 또 다른 타자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만한 이야기 거리도 없다. 혼자라도 사진을 찍는 과정만으로도 결코 권태롭지 않으며 즐겁게 해준다.


어둠 속의 꽃잎과 빛이 만들어낸 그림자의 이중주.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