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산사는 어떤 모습일까?’
고즈넉하다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화려한 단풍과 관광객들의 웃음소리로 북적였다. 떨어진 단풍에도 아름다움은 존재하다니. 셔터소리는 연신 자신만의 프레임을 만들어내며 흥겨워하고 있었다. 산새들의 지적임과 바람 소리에 맞춰 낙엽은 춤을 추며 함박눈처럼 우리를 설레게 했다.
춘천역에서 내렸다. 승합차에 몸을 실고 청평사로 향했다. S라인의 산길을 휘감은 단풍이 우리를 반겼다. 경내에서 바라본 산 속의 풍광이 자연스러웠다. 마당 끄트머리에 연노랑 단풍이 정겹게 우리를 반겼다. 풍성함보다도 정겹게 느껴진 것은 단풍잎의 절제와 겸손이 아니었을까? 적절함 속의 리듬감이 화면 전체를 구성하고 있다. 멀리 산 속은 벌써 겨울 문턱에 서있었다. 귓가에 셔터소리가 이직도 들린다. 렌즈의 촛점은 낯섬과 익숙함 사이를 오가며 놀고 있었다. 익숙을 낯섦으로 바꾸고, 낯선 것들이 서서히 익숙해지며 그날의 감정을 기억하게 한다. 외로울 땐 한 조각씩 꺼내어 맛을 본다. 기억은 우리를 다시 그날로 데려간다. 소양호를 건너 돌아오던 그때를 잊을 수가 없다. 나의 카메라는 풍경을 찍고, 사진에는 그리움이 담겼던 것이다.
낯선 하루, 산사를 기억에 담다. 마이더스 연재 12월호.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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