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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휴 칼럼/Photo Essay

자연스럽다라는 것의 의미.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자연스럽게 찍어달라' 

사진을 찍을 때 사람들이 자주 던지는 무책임한 말이다. 과연 자연스러움이란 무엇인가? 있는 그대로를 찍는다면 그들이 의도한 자연스러움이 나올까. 그는 그대로를 찍지만 만족시켜달라는 무대뽀식 제안이다. 자연스러움도 하나의 컨셉이고 준비과정도 필요하다. 지나가는 개그맨에게 웃겨보란 말과 다르지 않다. 사진을 찍으며 자연스럽기위한 몇가지 예시를 들어 그 준비 과정이 얼마나 수고스러운지를 설명하고자 한다. 또한, 얼마나 가식적 상황이 자연스러움으로 둔갑하는지도 보여주겠다.

이들에게 표정은 진정성이 담겨있다. 갑자기 웃음을 터트릴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조명수업에  모델로 급조된 상황에서 '왠 떡이냐?'를 외치며 즐거워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즐거운 표정이 담길 수 밖에. 이 상황은 실내광과 벽바운스광의 혼합이다. 인공조명을 드리운 흔적이 안보인다. 그냥 실내에서 찍힌 것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훑어보면 측면에서 주광이 비춰지고 있다. 특히 동양인에게는 측면광은 얼굴을 좁혀주어 날씬해 보이기에 좋아한다. 표정과 조명의 자연스러움, 두가지의 조합에 의해 자연스러워 보일 뿐, 그냥 자연스럽게 된 것은 아니다. 

*이 사진을 찍으며 수확한 것이 하나 더 있다. 오른 쪽에 앉아 웃고 있는 여성이다. 지금까지 찍었던 사진이 잘못된 것이었다며 즐거워했다. 만족한 얼굴, 자신이 아름다운지 깨달았기에 일상이 달라질 것이다. 당당해질 것이며, 더 예뻐질 것이다. 일거양득이라, 수업도 하고 한 여성을 테라피를 시키다니.

서로 진지한 대화를 나누는 인터뷰 장면이다. 일반적으로 둘이 이야기를 나눌때 이렇게 가까이하지는 않는다. 어색해하며 조금 더 떨어져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어떤가, 사진은 자연스럽다. 더 친해보이고 이야기가 더욱 진지하게 느껴진다. 현장과 사진의 차이, 이론과 실제처럼 사뭇 다르다. 눈빛이 만나고, 손짓과 몸의 방향이 자연스럽다. 한참동안 이야기에 푹 빠져 있는 느낌이다. 이야기를 시작한지 몇 초도 지나지 않은 사람들이라곤 생각지도 못했을 것이다.

자연스럽다는 것. 자연까지도 그 안에 존재하는 것들끼리의 부단한 노력에 의한 것이지 결코 그냥 이뤄진 자연스러움이란 없다. 나무 한그루, 풀 한포기가 각각 자연 속에서 살아남기위한 처절한 사투를 벌인 뒤 보인 자태를 우리는 그냥 자연스럽게 본다. 결론적으로, 그냥 자연스러움이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이제 나에게 자연스럽게라는 말은 하지 말라. 머리를 맞대고 철저하게 준비하고 난 후 자연스러움을 논하라.

자연스럽다라는 것의 의미.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