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환경의 영향을 받는다. 또 받아야 한다. 인간이 외부조건의 영향을 받지 않고 꼿꼿하게 변함이 없다는 것 또한 여간 건조한 삶이 아닐 것이다. 2016년 2월 마지막 주일날, 오랫동안 진행되었던 성당 내부의 인테리어 공사의 결실을 축하하는 식을 가졌다. 아메리카노의 향을 성당 안에서 맡을 수 있게 되었고, 세련된 공간배치가 교우들에게 새로운 환경을 만들어줬다. 때빼고 광낸다는 말이 공감되는 순간이었다. 모처럼 촬영봉사를 갔던 날이어서 더욱 즐거운 하루였다.
성당의 미사를 비롯한 모든 식은 자신을 다시 한번 정돈하는 시간이다. 교우들과 함께 한 자리에서 새로운 공간이란 존재에 대한 마중과도 같은 의식이다. 반기는 것이며, 그로 인해 스스로가 즐거워지는 것이다. 사진의 처음과 마지막을 수녀님들의 웃는 표정과 신부님들의 뒷모습을 찍었다. 얼굴을 보지 않아도 설레는 날의 분윅기는 그날의 상황에 따라 알 수 있도록 한 것이었다. 식의 진행 순서도 순서이지만 카메라의 위치와 구도에 따라서 다양한 맛을 내는데 신경을 썼다. 인테리어가 바뀐 장소에서 신부님의 축성하는 장면에서 순간을 잡아내는데 집중했다.
시간이 흘러 지금은 새것이 다시 헌것으로 익숙해질 것이다. 그날, 오늘을 더욱 기릴 수 있는 계기가 되었음하는 바람으로 사진을 찍었다. 사진은 기억을 저장하는 공간이자 새로운 기억으로 찾아들어가는 진입로이다. 또한 즐거움의 시작이라고 말해도 될까?
청담성당 환경개선 축복식날에.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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