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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휴 칼럼/Photo Essay

그들은 물건을 팔지 않았다. 보문사 입구에서.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해는 저물고 갈 길이 바쁘다. 사진 찍는 일은 순간을 담아내는 일이기에 더욱 그렇다. 대낮에 찍는 뻔한 사진들에게  얻을 거라곤 권태 뿐이다. 이런 멘트를 날리는 이유는 따로 있다. 빛의 질감, 색감, 그리고 방향과 느낌까지도 감정을 주고 받기엔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해가 석양으로 기울기 시작하면 세상의 온갖 것들이 수다를 떨기 시작한다. 길게 늘어선 그림자, 피사체의 움직임, 아스라이 보이는 섬들과 전기줄이 정겹게 다가온다. 고개만 돌리면 볼 것이 허다하지만 사각의 틀안에 담아서 보여주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그래서 방법이 필요하고 늘 고심해야하는 이유이다. 운동선수들이 사각의 링 위에서 목숨걸고 싸우는 것처럼 그 못지 않은 몸부림이 시작된다. 관광지에 가면 호객행위에 먹고 싶은 마음도 사라져버리기 일쑤지만 그렇지 않은 곳이 있다. 그곳은 정겨운 아주머니들이 있는 보문사 있구이다.

보문사입구 아주머니들!

그들은 물건을 팔지 않았다. 정을 팔았고, 마음을 팔았다.
모처럼 물건을 사며 흥정도 하지 않았다. 
샀던  음식들을 먹으면서 배만 부른 것이 아니라 마음도 불러왔다.

험한 세상에 많은 것들이 변해도
조금만 기다려주고 
안아주고 위해주는 마음만 있다면 좋으련만. 
모두가 자기만 바라봐달라고 아우성들이다. 
쉽지 않은 일이기에 힌번 시도해 볼 일이다. 

돌료들과 밥상을 차려놓고 함께 웃으며
정겨운 추억한다발을 선물받았다.
맛 이전에 가슴으로 다가오는 밥상이 그리도 정겨울 수가 없다. 
오늘이 행복한 이유는 함께 할 수 있는 이들이 옆에 있다는 것이다.
나는 오늘도 즐거움을 찾아 길을 떠난다.

항상 그런건 아니지만 아침에 눈을 뜨면 생각이 넘실댈 때가 있다. 오늘이 그랬다. 전날의 영상이 주마등처럼 스쳤지만 유독 이 영상이 눈을 사로잡았다. 보관했던 기억하나를 꺼내어 글을 덧붙인다. 마음이 후련하고 기분이 개운해진다. 항상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을 한발짝 물러나 객관적으로 바라보기가 쉽지 않다. 그렇게 오늘도 살아가지만 가끔은 나의 위치를  한번 생각해보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리라.


그들은 물건을 팔지 않았다. 보문사 입구에서.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