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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휴 칼럼/Photo Essay

석모도에서 소원을 빌다.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나는 한다면 한다. 올해만해도 두번이나 석모도로 향했다. 지난번 방문 후 다시 오리라 다짐한 결과였다. 나는 정의한다. 섬은 외로워야하고, 찾아가기 불편해야 한다고. 지난번에 가족과 함께 왔고, 이번엔 일행들과 함께했다. 육지에서 엄청 가까운 곳이었지만 배를 타고들어가는 절차가 마음에 들었다. 지난 번에는 바다가 보이는 곳에 짐을 풀었고, 이번에는 석모도 휴양림에서 보냈다. 여행은 언제나 즐겁다. 아니 즐거워야 한다.

한겨울에 들렀을 땐 눈이 없었지만 한참 지난 후인 이번엔 해변에 눈이 덮여 있었다. 거무티티한 눈이 몇일전에 내렸음을 알려주고 있었다. 북극 얼음을 상상하도록 의도했다. 해수욕장에 바위가 듬섬듬성있는 곳은 많지 않다. 석모도의 민머루 해수욕장만의 매력이라고나 할까.

보문사 뒷편으로 바위산이 있었다. 눈섭바위라고 유명한 곳이란다. 높은 곳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기도를 올리면 소원을 잘 들어준다 했다. 연등의 그림자가 존재감을 만들면서 소원을 들어줄 듯 느낌이 왔다.

소원을 비는 연등이나 바위로 탑을 쌓으며 소원을 비는 것이나 한가지며, 어느쪽이 소원을 잘 들어줄 지는 모를 일이다. 석양이 비춰진 그림자가 서민의 애환을 보여주고 있었다. 

여럿이 모여, 큰 염원이 되었다. 표정과 몸짓, 그리고 석양의 그림자가 겹쳐지면서 수만가지의 형상을 만들어냈다. 합창이라도 하듯 고함치는 듯 했다.

연등을 아래로 두고, 내려오다보니 바다풍광이 아름다웠다. 큰 나무가지가 바람에 흔날리며 인간의 나약함을 비웃고 있었다. 석모도 보문사에서 바라본 석양은 고즈넉했다. 평안해져왔다. 

아주머니들이 파는 자연산 나물과 먹거리들이 눈길을 끌었다. 일행들은 밤이랑 몇가지를 흥정한 뒤 사서 우물거리고 다녔다. 여행은 애어른 따로 없이 즐겁고 설렌다. 

석모도 석양을 등지고 '칙칙 폭폭!' 놀이를 했다.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흥겨움이 더해졌다.이 한장의 사진으로도 석모도의 추억은 길이 남을 것이다.


석모도에서 바람을 말하다..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