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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휴 칼럼/Photo Essay

초보 사진가의 시도는 교과서와 같다.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아티스트의 반열은 탄탄한 기초의 사다리를 통해서 올라간다. 이젠 누구나 찍는 사진이 되었다. 쉬은 일일수록 사상누각이 되기 십상이다.원칙은 철저히 지켰던 창작자에 의하여 허물어진다. 진정한 작가가 되는 관문이다. 감성과 이성이 모아져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작품이 완성된다. 소통과 공감이란 위안으로는 불가능하다. 본인에게서 사진을 배우는 최미수라는 초보사진가의 사진을 보며 나의 20대를 떠올리는 기회를 가져봤다. 사진은 기계가 찍어내지만 반드시 작가만의 생각이 담겨야 이 세상에 발을 디딜 수 있다. 

산맥을 타고 흐르는 굵은 선이 촬영자의 내면을 파악하고픈 충동을 일으킨다. 해진 후 잔상을 이용하여 하늘의 그라데이션을 찍을 수 있는 매직아워, 약간 늦은 감이 있지만 한장의 사진 속에 많은 것을 담아냈다. 사진술과 마케팅기술서는 같은 말을 하고 있다. <너무 많이 말하지 말라> 너무 많이 보여주려다 역효과가 난다는 말이다. 마케팅서의 제안이며 사지도 별반 다른지 않다. 마케팅과 사진은 보여주는 것이기에 그렇다. 촬영자에게 묻는다. 뭘 보여주려고 하는가? 도심이냐, 해 떨어지는 하늘이냐? 사람들의 시선은 도심의 길가로 향하는데 불필요한 하늘만 무색하다. 하늘을 줄이고 분주한 도심의 길가에 집중하면 화려한 밤을 예고하는 좋은 작품이 되지 않을까 싶다. 적절한 작노출이야말로 절제하는 사진가의 훈련방법 중에 하나이다.


하나는 패닝이고 또 하나는 그 반대라고나 할까. 놀이동산에서 백마탄 공주를 찍었다. 심한 흔들림이 더욱 환상적인 이미지를 만들어냈다. 백마탄 공주사진은 몽환적 사진의 대표적인 이미지이다. 꿈이란  명확하지 않고, 희미함에서 다양한 상상의 구실을 준다. 흘러내린 빛은 유충이 날라가는 듯한 느낌을 준다. 풀잎을 찍어 싹이 바닥에서 올라오는 역동성을 줄 수도 있고, 수그러 들어가는 느낌을 줄 수도 있다. 수다스런 작가의 의도가 기다려진다. 세련된 수다를 위한 사진찍기를 해도 될 듯하다. 구도를 말하고 싶지 않다. 이 사진에 구도를 말하면 커가는 동심에 상처를 줄까 싶어서이다.

색온도를 설명하기에 딱이다. 색온도란 뜨거운 정도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색을 단계적으로 나눠 소통하기 위한 기준을 말한다. 붉은 색이 파란색보다 색온도가 낮다. 헥깔리지 않는가? 그건 명확하게 색온도의 구조를 공부하라는 뜻이다. 가장행렬 멤버의 눈에 띄는 의상인 듯하다. 뭐든 소재로 삼아  찍어낸 촬영자의 <낯설게 보기> 시선에 점수를 주고 싶다. 클로즈업을 통해 모델의 눈빛에서 이야기를 끄집어내려는 의지가 보인다. 클로즈업을 찍었다면 그 다음은 주변을 섞어 이 상황을 설명해주는 것도 중요하다. 주변상황도 함께 집어 넣어 넓게 촬영도 한컷 추가요.

환상적인 동화 속의 성이다. 동화 속의 왕자와 공주가 손을 잡고 나올 둣하다. 포물선을 그린 둥근 원과 중앙에 자리잡은 성은 원칙적인 사진이지만 재미없는 사진이다. 누구나라는 뻔함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보다 2-30%정도로 프레임을 키우고 성은 좌측이나 우측으로 1/3지점으로 옮겨놓고, 둥근 등은 시작과 끝에 여운을 줄 수 있는 프레임 구성이 필요하다.

건물사이로 손톱달이 인사를 한다. 전봇대가 중앙에 우뚝 솟아 있다. 절제미가 보이는 사진이다. 노출의 톤과 구도 뿐만 아니라, 손톱달을 발견한 세심한 시선에 박수를 보낸다. 좌측 난간에 누군가가 손톱달을 만지듯 바라봤다면 좋았을 것을 사람은 어디가고 풍경만 생경하기 그지없다.

과감하다. 태양을 마주보고 셔터를 누른 초보자는 여때껏 없었다. 칭찬을 위한 미사어구이다. ㅋㅋ. 무모하리만큼 도전적인 모습이 좋다. 실루엣으로 보이는 교회와 반대편의 건물사이에 태양을 위치시켰다. 더 밝은 사진도 있지만 이런 어두운 장면을 선택한 것은 어둠 속에서도 희망을 찾으려는 촬영자의 의지가 가상해서 이다. 

사진을 배우며 다양한 시도를 하는 것만큼 흥미로운 일도 없다. 밥을 안 먹어도 잠을 안 자도 되는 그 정도의 몰입에 빠지곤 한다. 성실함이 묻어난다. 시도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많은 사람들은 쉽고 빨리 배우고 싶어한다. 사상누각을 쌓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인 것이다. 메카니즘이 아무리 훌륭해도 사유의 시간이 축척되지 않으면 누구나 찍는 사진이 되고 만다. 색깔없는 사진은 자위하는 수준으로 머물 고 만다. 위험수위로 가는 지름길임을 명심해야 한다. 사진은 놀이이다. 그 다음이 소통이고 공감이다. 즐거운 놀이로 사진을 시작하지 않으면 오래갈 수 없다. 가르치는 것보다 더 좋은 배움도 없다. 말은 쉽다. 이래라 저래라. 그러나 막상 시도하려면 여간 귀찮고 힘든게 아니다. 최미수가 촬영자에서 작가라는 명칭을 듣기위해서는 약간의 번거로움일지라도 즐거움으로 셔터를 눌러야 한다. 그러길 기대한다.


초보 사진가의 시도는 교과서와 같다.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