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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휴 칼럼/Photo Essay

성북구 슬로 카페, 달팽이를 찾아 맛을 즐기다.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먹고 산다는 것의 의미.

음식을 먹다가 아이폰을 들이 댄 적은 처음이다. 마음먹고 카메라를 들고가서 찍던가, 다 먹은 다음에 정신이 들어 찍던가 였지만 이번은 달랐다. 복선처럼 뭔가 다를 거란 생각이 밀려왔기 때문이었다. 주인이 음식을 하나씩 내오면서 설명을 해주었다. 설명을 들어가면서 음식은 약이 될 거란 확신이 서기 시작했다. 넘어가는 순간 세포가 살아나고 '얌얌쩝쩝'거리며 흥얼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토마토황매실청샐러드다. 제철인 대저토마토에 직접 기르고 만든 황매칠청, 올리브오일, 통후추를 더한 샐러드라고 했다. 달착지근하고 육질이 힘이 있었다. 왕성한 활동력을 자랑하는 시기, 청년 토마토임에 틀림없었다. 붉은 토마토의 비주얼이 이 시점에서 나의 아이폰은 활동을 개시했다.

"3월 19일 슬로카페달팽이 ‘슬로푸드 담은 밥상’ 소개

슬로카페달팽이는 슬로푸드 운동을 하는 주인장이 자신의 삶의 철학을 실천하고 소개하는 카페입니다. 커피류는 필리핀 섬 원주민들 마을과 계약해 야생채집하는 참숯로스팅 원두를 쓰고 허브차류는 직집 기른 허브와 제주도 유기농 허브 농장 ‘어반파머스; 것을 쓰며 과일차는 뎅유자, 한라봉, 블루베리 등 농장 직거래를 통해 과일을 공수하고 모두 수제로 청을 만들어 쓰고 있습니다. 그때그때 과일로 잼도 만들어 파는데 인기가 좋답니다. ^^

식사나 브런치는 예약제로 운영되는데, 브런치는 기본 1만5천원부터, 식사는 기본 2만원부터 시작해 코스로 제공합니다. 모든 메뉴 재료는 직접 기르거나 채집하고 만들고 갈무리한 농산물과 식재료를 쓰고 슬로푸드 회원 농가에서 직거래해 구매하며 가게가 있는 정릉시장 소점포에서 구매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습니다. 오늘 드신 식사의 이름은 ‘슬로푸드 담은 밥상’입니다. 슬로푸드는 ‘먹거리를 선택하는 기준을 갖자’는 전세계적인 운동으로 우리가 선택한 먹거리가 농사지어는 방법, 유통과정, 요리와 음식물쓰레기가 되기까지 많은 것에 가능한 좋은 영향을 미치는 것을 생각하고 선택하자는 것이에요. 그래서 저는 위와 같은 기준으로 재료를 준비한답니다. 밥상은 늘 가능한 직접 기른 것과 제철 재료를 쓰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설명한 것들을 듣는데는 재미가 있었지만 나의 기억력은 한계를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카톡으로 보내달라고 요청해서 받은 것이니 알고는 읽자. 나도 알고는 먹어야길래 요청한 글들이다.  

거금도미역과 초장이라고 했다. 미역은 집에서도 먹으니 풍성한 코스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덜 먹으려고 했으나 친구의 고향인 거금도(고흥군)에서 친구 아버님이 직접 채취헤 주시는 거금도미역과 집고추장에 매실청 등을 넣은 초고추장이라는 설명을 듣고 '아구작 아구작' 몸을 생각해서 먹기시작했다. 

어디서 본 듯한 묵, 한 점을 먹으니 목구멍으로 녹어 넘어갔다. 고구마묵을 무쳤다고 했다. 양념의 진솔함과 과정의 이야기를 들으니 더욱 건강해지는 듯했다. 직접 기른 고구마를 전분가루로 만든 후 쑤는 고구마묵을 집간장, 직접 기르고 짠 들기름, 직접 기르고 볶은 깨소금, 직접 기른 양파 싹으로 무친 것이라 했다. '직접', '집' 등의 글은 바로 <자연주의>라는 말로 각색되어 읽혀졌다. 

이 컷은 미안한 컷이다. 정신없이 먹다가 놓칠세라 찍었다. 진주앉은뱅이밀전병, 우리가 지켜야 할 토종 종자나 요리법을 등재하는 ‘맛의 방주’에 오른 우리 토종밀 ‘진주앉은뱅이밀’로에 집 김장김치만두속을 넣어 만든 전병이었다. 신김치을 물에 빨아 신맛이 살아 있고 고향의 맛처럼 끌렸다. 계속 입안의 침이 고여있었다. 수다라도 떨라치면 침이 밖으로 새어 나오는 바람에 그냥 먹기만... 얌얌!

"무수분채소돼지고기찜 : 강원도에서 친환경으로 키운 돼지고기 앞다리살을 무(기른 것), 양배추, 양파(기른 것), 양파싹(기른 것), 마늘(기른 것), 당근 등 채소를 넣어 약한 불에 1시간 이상 찜. 채소에서 나온 수분이 고기를 익히고 고기 육수가 채소에 녹아든 별미,. 로즈마리와 월계수잎으로 잡내 잡음. 냉이나물된장무침 : 정릉시장에서 산 냉이를 집된장으로 머부림"

주인의 설명이었다. 일단 산 냉이에는 봄향이 가득했다. 뿌리에 잔털이 숭숭한게 산에서 태어난 놈이 틀림없었다. 아마도 산짐승들이 밟고 지나가가 오줌이나 똥을 쌌던 그곳에서 자생했던 느낌이 들었다. 생존에 대한 치열함이 강력한 향을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음식을 다 먹을때까지 향이 입안을 떠나지 않았다. 돼지 앞다리살의 쫀득함이 소주를 부르고 있었으나 배부른 탓에 여타의 욕망은 사라진 상태였다. 

"배추김치 : 멸책액젓 등 젓갈 빼고 모두 직접 기르고 만든 재료와 양념으로 만든 김장김치. 순무김치 : 강화, 김포 특산물인 순무도 김장기치와 마찬가지로 모두 직접 키우고 해서 만듬. 이천게걸무김치 : 맛의 방주에 오른 토종무인 ‘이천게걸무(맛있어서 게걸스럽게 먹는다하여 붙은 이름)’를 전어젓갈과 유기농 고춧가루, 토종 파인 돼지파 등으로 양념. 깻잎장아찌 : 직접 기른 깻잎을 집간장으로 담금. 시래기된장국 : 김장할 때 말린 시래기를 멸치육수에 넣고 집된장으로 간함"

이런 다양한 메뉴가 더 나왔지만 그 다음으로는 포만감에 기절하고 말았다. 내가 쓰러진 뒤 맛이라도 보라며 입에 넣어줬는지 지금도 그 맛이 어렴푸시 기억은 난다. 음식은 정성이라고 했다. 정성에 곰삯은 재주가 사람의 마음을 녹여냈다. 매일 준비하는 음식이 아닌 철저한 예약제로 준비하는 음식이니 만큼 최소한 이틀전에는 전화를 해야 먹을까 말까한 기이한 음식이었다. 마지막으로 커피까지 마시고 난 뒤 뿜빠이가 이뤄졌다. '달랑 2만원'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몇배의 값어치를 하는 식단이었음을 밝힌다. 강추다,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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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후 한참을 지나서야 카페가 눈에 들어왔다. 관람이라도 하는 것처럼 이곳 저곳을 둘러봤다. 한옥 안에 꾸며진 그곳은 미술관같기도하고, 연인이 함께 와서 사랑 놀음을 해도 될 듯하고, 뭐 정릉천이 옆이라 분위기가 직였다. 

동네 주민으로 보이는 주부들이 꼬맹이들을 델꼬와서 조국의 장래와 선거의 판세 그리고 김정은의 행보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는 듯했다. 그들이 말한 것 아니고, 아마도 그랬을 것이라는 나의 상상일 뿐이니 그리 알아듣길 바란다.



"고대미쌀밥 : 장흥 한창본 농부가 보존하고 있는 우리 토종 쌀인 고대미와 직접 농사지은 고시히까리 쌀로 지은 밥. 댕유자차 : 맛의 방주에 올라 있는 토종유자인 ‘댕유자’로 만든 독특한 풍미의 차. 직접 만든 수제차임" 내가 의식을 잃고 무의식으로 먹었던 마지막 메뉴였다. 밥과 유자차였다. 

이곳을 다녀오면서 댕유자차를 사왔어야 했는데 하는 아쉬움이 생겼다. 다시 가야하는 이유가 만들어졌다. 아무튼 다행이고, 당당하게 자연식을 말하는 그녀의 눈빛이 벌써  다시 보고 싶어진다. 삶이 힘겹고 우울할때 그녀의 설명을 들으며 다시 세상을 살아야할 이유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돈을 벌겠다고 이런 식으로 장사를 한다면 죽을 맛일 거다. 사명감! 이것 때문에 이곳의 음식이 인간에게 감동을 주는 게 아닐까.

*성북구 정릉동 솔샘로 18길 84. 전번은 070-8881-0282. 먹길 원하면 미리 예약이 필수이다. 팅기는 게 아니다. 주인이 미리 준비해야 하기때문에 그렇다. 


성북구 슬로 카페, 달팽이를 찾아 맛을 즐기다.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