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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휴 칼럼/Photo Essay

길상사에서 봄을 맞이하며 삶을 사유하다.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도심 속의 목탁소리, 길상사에서 봄을 맞았다. 카메라를 메고 길상사로 향하는 발걸음이 가벼웠다. 대원각으로부터 길상사로 이어지는 역사의 흐름과 그 안에 존재에 대한 사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촌락처럼 아기자기한 길상사 안의 골목들이 정감있게 눈 앞에 펼쳐졌다. 카메라를 든 사람들이 생각 속에 서로 다른 의미를 부여하고 있었다. 사진은 단순한 수다떨기같지만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치유의 시간이 된다. 사진, 이런 친구가 또 있을까?

병풍처럼 펼쳐진 길상사 뒷 편에서 바라본 풍광이다. 촘촘이 서 있는 소나무가  불심을 지켜주고 있었다. 울긋 불긋 연등들의 행렬이 세속의 삶에서 희망을 밝혀주고 있었다. 건너편 언덕 위의 집들이 절과 마주보고 있었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사진을 찍는  이와 옷맵시를 매만지며 걸어오는 스님의 모습이 대조를 이룬다. 다른 풍광이지만 내면으로 향하는 마음은 다르지 않을 것이다. 

무소유를 위해 평생 자신을 설득했던 법정스님을 만났다. 작은 꽃밭에 안장된 유해와 암자 옆에 앉아 있던 의자를 보았다. 단순한 의자는 스님이었으며 사진으로 어딘가를 바라보는, 사유하는 듯한 모습으로 가 아닌 그 의자에 앉아 계신 스님의 모습을 봤다. 외로움과 평온함 등 인간의 감정들로. 누구나 유혹과 선택의 갈림길에서 고뇌한다. 인간들은 그 유혹에 자주 넘어가곤 한다. 아니라고 해도 삶의 흔적을 뒤적이다보면 알수 있다. 누구나 그것들과 싸울 뿐이다. 결과는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자기 변명으로 위안받을 뿐이다. 

누군가는 광양으로 매화구경을 다녀왔단다. 꽃구경이란 만나는 현재와 가는 과정에서 느끼는 설렘이 합쳐지면서 행복해진다. 길상사의 겸손하게 피어 오른 매화가 나의 삶을 가르치려 하고 있었다. 소박하나 정겨운 그 매화가 나에게 눈길을 줬다.  내가 눈길을 준 것이 아니라 그 매화가 나를 부른 것이다. 모자를 쓰고 가방을 둘려맨, 유치원 아이같은 두사람! 뭘 찍으려는지 진지하기만 하다. 그들의 카메라에 담긴 내용물은 달라도 봄을 향한 기대는 하나일 것이다.

기념촬영을 했다. 봄꽃이 따로 없다. 우리들의 얼굴보다 아름다운 꽃이 어디 있으랴. 

30여명이 한방에 옹기종기 모여앉았다. 칼국수를 먹고 이야기는 시작되었다. 길상사에서 찍었던 사진이야기, 오늘의 감회 또는 자신의 이야기도 곁들여졌다. 이 봄, 첫 출사에서 열정적인 사람들의 모습이 하루를 즐겁게 해주었다. 감사한 하루다.


길상사에서 봄을 맞이하며 삶을 사유하다.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