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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휴 칼럼/Photo Essay

사춘기 시절과 현재, 떠오르는 생각들.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제목:사춘기


한 장의 사진 앞에 생뚱맞게 '사춘기'란 제목을 붙였다. 난 지금 고향집 창가에 앉아 글을 쓰고 있다. 창밖으로 내리는 비는 농부에게 미소짓게 한다. 전날 모내기를 마친 나의 아버지에게는 특히 그렇다. 주적주적 내리는 비를 사진으로 표현하기는 쉽지 않다. 단지 분위기만 보여줄 뿐이다. 축축한 바닥, 먼 산에 깔린 안개, 그리고 다운된 빛의 느낌만으로.

난 이런 분위기가 되면 사춘기병이 도진다. 감정이 스물스물 올라오며 '삶'이란 화두를 던지며 사유를 시작한다. 나의 사춘기는 삶의 의미와 세상에 대한 불만과 도전의식이 팽배했던 시기로 기억된다. 삶이란 무엇인가, 왔다 갈 것을 왜 태어났는가, 등 당돌하며 무지한 사유의 연속이었다. 특히 아버지의 농부적 삶, 그것은 소외된 자들의 영역으로 봤으며, 가진자에 대한 반항이었다. 

부모님은 1남3년를 두셨다. 빈 둥지에 두 노인만 적막속에 갖혀있다. 집 정원과 옆집 건물너머 멀리 산의 정경이 아스라한 기억을 끄집어내준다. 이제 또 다시 그 자리에 앉았다. 시차만이 있을 뿐 또 다시 삶을 논하고 있다. 삶이란 존재는 껌딱지처럼 삶에 붙어 있는 듯하다. 내 삶은 행복하다. 부족하지만 사랑으로 감싸주었던 부모님, 나의 아내와 건강한 아이들, 그리고 주도적 삶을 통하여 사진가라는 직업을 잘 수행하고 있음에 더할 나위없이 행복하다. 

나의 현재는 사진이 천직이란 생각을 하며 일상에 감사한다. 시도는 나에게 익숙하며, 실패마져도 미소짓게 하는 여유를 갖게 되었다. 안락함에서 도전이란 불편을 감수하며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이 행복을 준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아버지는 오늘 아침, 비가오는 지금도 우비를 입고 하지 않아도 될 집주변을 매만지고 계시다. 부질없다 생각하면서도 나의 일상을 돌아보면 아버지를 닮아있다. 집착처럼 일에 중독된 부자간의 닮음꼴을 지켜보며 부전자전이란 사자성어를 꺼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