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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휴 칼럼/Photo Essay

성수동 가죽공방 거리를 찍다.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성동구 여행사진강좌, <집떠나면 여행이다>를 마치고 성수동을 배회하다가 만났던 곳이다. 성수동 가죽공방거리를 들어서면서 점심으로 칼국수를 먹고 저녁은 감자탕을 먹었다. 강의 준비와 글을 쓸 겸해서 카페에 들어가 몇시간 빡씨게 몰입하고 저녁나절 성수동의 질감찍기에 들어갔다. 예정된 걸 싫어하고 촉으로 모든 것을 선택하며 자뻑하는 요즘 나의 일상을 그려본다. 이번은 성수동 가죽공방거리로 여행을 떠났다.

공장스타일의 건물사이로 자연주의를 표방한 카페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안쪽으로 들어가니 일반 주택의 마당이 있었고, 그곳에는 차를 마실 수 있는 의자가 그늘 밑에 놓여져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안으로 들어가자 탁자들이 공부하고 토론할 수 있는 곳으로 만들어져 꽤 괜찮았다. 첫느낌은 화분에 담긴 화초들과 탁자를 닦고 있는 직원의 모습이었다. 한 컷하고 안으로 들어갔다. 이게 나의 인사법이랄까.

칙칙한 듯 보이지만, 이게 성수동 골목의 원형이 아니던가? 더욱 질퍽하게 표현하며 그만의 감정을 담아내려 애썼다. 어두우나 디테일이 살아 있고, 밝아도 그 잔잔한 질감이 감정을 자극하도록. 오래된 천 끄트머리는 잔바람에도 흔들리고, 대형천으로 막고 또 그 위에 철조망까지 쳐 놓은 걸 보니 무지 값비싼 것들이 숨겨져 있는 모양이었다. 영업을 끝낸 굳게 닫힌 철문 안에서 작은 빛줄기가 보였고, 처마밑으로 녹물처럼 퍼진 색감이 그라데이션으로 인사하며 말을 걸어오고 있었다. 골목사이로 새어나오는 빛을 따라 가보니 아직도 퇴근하지 않고 일에 열중하는 기술자의 손놀림이 날렵하게 느껴졌다. 

공존을 의미하는 두장의 사진을 소개한다. 공장 사이로 세련된 우동가게와 황색 가로등과 뒤로 고층건물이 대비되어 왔다. 우동그릇에 고개를 숙이고 국물까지 마시고 나와 친구랑 하이파이브를 하는 모습이 함께 갔던 동료의 사진에 나왔다. 청색건물과 대비될 수 있도록 황색 가로등이 당당하게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한동안 공존하다가 신물결의 쓰나미에 사라질 이곳이 안타깝게 느껴졌다. 새것이 다 좋은 건 아닌데 벌써 이곳의 가게세는 올라버렸단다. 그 곳 사람들의 한숨섞인 말투가 예사롭지 않게 들려왔다. 

저녁을 먹고, 오후를 보냈던 카페로 돌아오니 그 앞에 세워 놓은 승용차의 유리창은 사진찍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커피향은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최고요, 진득한 맛을 내기는 에스프레소. 중독이라도 된 듯, 커피한잔을 들이키면 머리가 맑아지는 습관은 어이할까노. 그날 찍은 데이터는 그날 정리해야 한다는 일념으로 촬영 끝나면 카페에서 작업을 완료하며 새로운 감회에 젖어들곤 한다. 오늘도 그랬다.


성수동 가죽공방 거리를 찍다.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