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는 저문다. 그걸 세상은 바라본다. 카메라는 해가 지면 가방 속으로 들어가려 한다. 창작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부터 시작된다. 해가 저물면 다른 종류의 불빛이 자리를 교대한다. 낮과는 다른 '그런 다름'이 난 좋다. 나의 아지트가 생겨난지 두달정도 지났다. 이제서야 그 주변을 프레임 속에 담기 시작했다. 동네사람들이 힐끔 힐끔 의아스럽게 바라보다가 묻는다. 뭘 찍을 게 있느냐고, 그럼 난 내가 찍은 사진을 보여주면서 설명한다. 그랬더니 어떤 사람 이런 말을 했다. "아, 그렇구먼. 취미지 뭐" 이런다. 무슨 뜻인지 그들만의 언어를 잘 이해하지 못했지만 내가 찍는 것에 대한 소통은 나름 되었다는 생각을 하면서 골목 골목을 찍어내기 시작한다. 어쩌면 이게 낯선 곳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인사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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찍은 다음 부랴 부랴 현상을 한다. 이게 나의 촬영 습관이다. 아주 좋은 습관이다. 이게 밀리면 사진과 나는 원수지간이 되어버린다. 부담이 된다는 거다. 현상이 완성되면 그 중 인상깊은 사진으로 페북정도의 SNS에 올린다. 그리고 다시 그걸 보면서 블로깅으로 수다를 떤다. 이게 바로 나의 사진 찍는 수순이다. 바쁜 시장 사람들, 집으로 들어온 사람들의 창문에 비춰진 정감들, 풍광과 그 속의 사물들의 자태, 빛이 서로 산란하면서 다양성을 보여주는 것들이 프레임 속에 담긴다. 그 프레임은 찍은 이의 스타일을 보여준다. 감정까지 담긴다. 내가 그들을 찍는다는 건 그들과 말을 트는 거다. 가끔의 삶을 지배할 이곳에서 나는 그들과 소통을 시작한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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