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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휴 칼럼/Photo Essay

서해의 승봉도, 개들도 승봉도를 닮아 있었다.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섬(island)을 정의하고자 한다. 섬은 서 있는 것의 동명사이다. 바다 한가운데 우뚝 서 있다는 의미이다.>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우연히 생각한 건데 아니면 말구다. 서해에 우뚝 서 있는 섬 승봉도를 다녀왔다. 잔잔한 것이 볼 거 하나 없는 듯 보이나 자세히 훑어보면 매력적인 섬, 승봉도! 중앙대 인물사진반 19기 멤버들이 수료후 떠난 첫번째 여행에 잠시 동행했던 짧은 여행지였다. 한나절 다녀온 기억이지만 떠올려 본다. 산을 넘어  바닷가를 잠깐 거닐면서 찍었던 사진이다. 승봉도로의 여행은 조금 맛만 본 듯하다. 산길에서 보았던 진달래와 푸릇한 이파리가 생기발랄 했고, 섬사람들의 친근한 얼굴이 아른거린다. 그들은 먼저 말을 걸어왔다. 그 친근한 얼굴들이 그립다? 승봉도는 대단히 특별한 것도 없는 잔잔한 섬이었다.

소나무가 많아 자주 간벌한다는 말을 들으니 산길에서 소나무에 흰색칠을 해 놓은 의미를 알 수 있었다. 진달래 꽃을 찍으며 옆에는 녹색 이파리를 함께 넣어 대비 시켰다. 수풀 속에 돌, 진달래와 파릇한 잎, 해안와 파도, 뒤뜰과 개들, 조개잡을 호미와 장화, 말린 물고기와 바다풍경, 그리고 평온한 표정과 몸짓을 한 개들을 찍었다. 말리고 있는 생선을 찍었다. 누군가는 그걸 사줬다. 구하면 얻을 것이다라는 말처럼 생각하거나 특히 사진을 찍으면 내것이 되었다. 앞으로는 원하는 것을 더 많이 찍을 생각이다. 찍으면 내것이 되는 재미난 세상을 위하여.

으레 그렇듯, 기념촬영을 찍었다. 셀프 타이머로 12초를 정해 놓고 배가 지나가는 시점을 맞췄다. 자잘한 자갈이 바닷가를 덮고 있었다. 멀리 안개 너머로 이상세계처럼 보이는 섬들도 보이고, 큰 배와 작은 배가 함께 수 놓은 풍광들이 아름다웠다. 내가 아름답게 봤다는 건 긍정의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는 의미이다. 나는 그날 승봉도에서 즐거웠던 것이다. 잠깐 들렀지만 기억은 오래 갈 듯하다. 

서해의 승봉도, 개들도 승봉도를 닮아 있었다.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