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의 염원을 안고 임진각으로 향하다. '철마는 달리고 싶다.' 철마 뿐이랴, 누구나 달려 그 염원을 채우고 싶을 것이다. 사람이며 풍경 속의 사물 할 거 없이 그런 바램들을 말하고 있었다. 소원이 적힌 리본들이 오색찬란했다. 자유로를 달리며 차창을 열었다. 바람이 시원했다. 봄은 참 좋다. 바람이 없었다면 날씨는 한여름의 열기 속에 빠진 느낌이었을 것이다. 미세먼지가 바람에 날려갔는지 먼곳까지 훤하게 보였다. 사진 찍기 딱 좋은 날이었다.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차에서 내린 카메라들은 여기저기 기웃거렸다. 블랙홀처럼 모두가 렌즈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사진을 찍거나, 찍은 사진을 보거나, 어슬렁거리거나, 이동하는 모습이 살아 있음을 느끼게 했다. 카메라만 들면 모두는 용감해 진다. 무슨 원리일까? 아마도 카메라라는 무기가 그들을 든든하게 지켜주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사람 뿐 아니라, 풍경 속 사물들도 기지개를 펴며 우릴 대했다. 처음의 무의미가 서서히 의미를 찾아갔다. 자연 속에 한 역할을 하는 것은 인간의 삶이나 다를 바 없으나 이들은 오랫동안 저평가되어 존재 자체를 인정받지 못했던 것도 사실이다. 나의 카메라는 자연 스럽게 말을 걸며 그들이 말해주려는 것들을 들어주고 있었다. 스스로의 역할을 하며 세상이 그 자리로 돌아가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분단의 현실이 이젠 어색하거나 무리하지 않게 원래 그자리로 돌아가야 한다는 의미로. 난 그렇게 의식하고 있거나 싶었을 것이다.
<새마을>이란 글자가 조끼에 새겨져 있었다. 개인택시 모임인 듯했다. 지긋한 나이 였으며 삼팔선 너머 고향을 둔 사람들 같았다. 아이들이 소풍을 와서 놀고 있었다. 두사진은 연령차이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기념촬영하는 사람들의 마음에는 벌써 고향의 어린 시절로 돌아가는 그림을 보여준 것이다. 그런 관계를 보여주는 사진이다. 동심은 단순히 아이의 마음이 아니라 돌아가라는 회귀본능과도 같은 것이다. 원래로 돌아가려는 것, 어린 시절 뛰어 놓았던 고향으로 향하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 아닐까? 그 염원이 이뤄지는 날을 상상해 본다.
임진각에서 염원을 찍다.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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