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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휴 칼럼/Photo Essay

사진 속의 그 사람, 사진을 추억하다.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난 facebook을 좋아한다. 생뚱맞은 기억까지도 상기시켜준다. 현재를 그 시간과 그 장소로 데려다 준다. 뭔가 새로운 감정으로의 이입을 가능하게 해준다. 주도적 성향게 나에게도 이 사진은 계속 <나를 데려다 준다>라는 피동적 말을 쓰게 한다. 그가 인도해 주는대로 따라가고 싶은 충동, 그런 감정이 나쁘진 않다. facebook에서 2년전에 썼다는 말과 함께 페이지를 열어주면 자세히 훑어보며 '내가 그땐 그랬었지?'라고 되뇌이며 나를 객관화하기 시작한다.

<생각은 왜, 나에게 이 신사가 오토바이를 타고 왔다고 믿도록 강요하는가?> 

2015년 8월 27일날 쓴 짧은 글이다. 이때까지만해도 난 ebook을 쓰지 않았다. 가로사진으로 찍었고, 물음 일색이었다. 거기에 대한 답을 논할 책임도 회피하고 있었다. 양복입은 사람과 오토바이, 어울리지 않는 컨셉이지만 공간 공유를 이유로 묶었다. 난 요즘 세로 사진의 선택과 집중이란 담론에 흥미를 가지고 있다. 세상은 가로든 세로든 어떤 방식으로 바라볼 수 있다. 일반적으론 가로로 바라보는 것에 익숙하고 그것이 바라보는 방식이라고 믿는다. 세로는 어딘가 잘렸다는 생각을 한다. 그런 생각들이 만연한 세상에서 나는 1년전부터 끊임없이 세로를 고집한다. 물론 ebook 이라는 컨텐츠에 적합함 때문이기도 하지만.

<2년전 그는 지금 어디서 무얼하고 있을까? 2년전에도 어떤 사람인지도 몰랐던 그를  나는 왜 뜬금없이 스스로에게 묻고 있는가? -올 여름이 많이 더웠나보다?>

2017년 8월 27일날 아침에 쓴다. 그때 쓴 글을 평가하지 않는다. 단순히 그 사람으로 시작하여 그때를 그리워한다. 뜬금없이 묻고 있는 나를 더위라도 먹었는지 묻고 있다.  이 아침, 선선한 바람이 베란다 문틈으로 들어오는 걸 느끼면서 계절이 바뀐 상황을 깨닫고 있다. 인간은 더위를 원망하다가도 추운 겨울이 오면 차라리 더운 여름을 갈망한다. 이것이 인간이다. 변덕스럽고, 순간 순간 변하는 자기감정조차도 추스리지 못하는 미완의 인간 말이다. 

기억 속에서 과거는 항상 긍정의 옷으로 갈아 입는다. 각색기능은 과정을 과대포장한다. 그 길이 현재와 내일을 살아갈 수 있는 길임을 깨달았기 때문이리라. 지금의 나를 내일 바라본다면 쓸데 없는 이런 것들까지도 세심하게 적어내려간 나 자신을 칭찬하는 나를 발견하겠지? 

사진 속의 그 사람, 사진을 추억하다.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