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난다>고 한다. 어디에서 어디로? 단순 위치 이동이 아니라 일상에서 다른 상황으로의 이동을 의미한다. 워크샵이라고 하면 가서 뭔가를 해야하는 나름의 압박을 받는다. 화분을 만든다. 창작의 일종이다. 그것도 자신이 만든 것을 다른 사람에게 선물한다. 편지도 쓴다. <미지의 소녀에게>란 이름처럼 설렘이 있다. 양평에 있는 <봄 파머스 가든>이다. 농부가 운영하는 가든! 화분을 만들기 전에 <정원>이란 개념을 놓고 심오한 인문학 강의가 이어진다. 이번 워크숍은 분위기 있는 가든에서 역사의 용문산 은행나무까지 현재와 과거를 오가는 시간여행이다.
순한 사슴모양으로 귀를 쫑끗 세우고 걸들이 앉아 있다. 역시 남자는 잘생겨야 한다. 대표의 썰과 내용이 그럴만하다. 강이 한 눈에 보이고, 잘 심어진 나무들이 초가을을 느끼기에 딱이다. 덥지 않은 선선한 날씨에 정원에 앉아 바라보이는 곳 까지를 정원화하려는 나의 의지는 강렬하다. 설명하고 체험하는 activity 교육인거다. <봄 파머스 가든>은 입장료가 있고, 식사는 예약을 해야 한다. 홍보는 안하고 살짝씩 소문나서 조용히 오는 것을 주인이 원한다고 사람들이 말하는 걸 들을 수 있다.
이젠 실전편이다. 친절하게 준비된 화분은 묘목을 심기만 하면 된다. 그럼 심심하니깐 자신이 만든 화분을 쪽지에 지정된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게 된다. 편지도 써야 한다. 화분 만드는 분량보다 누군가에게 편지를 쓴다는 것이 부담과 설렘이 적절하게 섞인다. 자판을 두드리던 사람들에게 종이에 편지란 복고와 같은 새로움이다. 물론 새로운 것이란 없다. 예전 걸 다시 쓰거나 발견하는 것이니깐.
여기까지가 가든에서의 프로그램이다. 선서도 하고, 전달식도 한다. 최고는 점심식사이다. 피자와 스파게티, 그리고 셀러드를 비롯한 여자들이 좋아하는 이테리식이 나온다. 난 열흘간의 이탈리아 여행에서 점심때마다 항상 먹고 물렸던 피자와 스파케티를 모처럼 본다. 느끼함을 잘 담은 피클덕에 배불리 먹는다. 강된장에 쌀밥과 보리를 섞어 먹으면... 침이 꼴깍! 아무튼 이런 대접은 51년만에 처음?
용문산 도착이다. 특이한 점은 해설사 두분이 기다리고 있었는데 끼가 넘치는 분이 우리조를 이끈다. 처음에는 <설레발>처럼 느꼈지만, 해설사가 이런 컨셉도 괜찮겠다는 생각이다. 델꼬 댕기면서 자기만의 노하우로 풀어냈다. 산행하다가 노래도 부른다. 그 해설사는 집에만 있으면 병날 사람, 해설사라는 직업을 통하여 힐링 중이다. 고상하려던 참여자들이 함께 놀기 시작한다. 이게 바로 진정한 해설이 아닐까. 그곳을 설명하면서 빠져들게 하는 괜찮은 해설사로 낙점.
이렇게 하루는 간다. 두번의 기념촬영으로 그들과 눈인사를 나눌 정도다. 내가 자주 쓰는 방식이지만 1대 다수를 만나 한방에 친해지는 아름다운 방식. 찍는 그 순간 난 그들을 꽃이라 불렀고, 그들이 나에게 다가온 것이다. 사진 찍기는 이름을 붙이며 다가가는 좋은 방법이란 걸 자주 느낀다. 어디론가 떠남은 돌아올 것을 잊어버리고 떠나야 한다. 끝나면 돌아오니 그 끝을 미리 정할 필요는 없다. 그냥 그 떠남 속에서 빠져 버리는 것이 가장 지혜로 운 것이며, 이번 워크숍이 그랬으리라.
학습동아리 가을 워크샵, 강남구 여성능력개발센터.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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