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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휴 칼럼/Photo Essay

성북구 북정마을의 나들이.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오래된 마을 북정마을! 성북구 성곽길을 따라걷다보면 느린 마을이 하나 있다. 거북이처럼 느린 시간 속의 여유가 있다. 몇년전 우연히 만난 이곳에서 가끔 셔터를 누른다. 시도때도 없이 그 곳은 나를 부른다. 옛것의 정감과 날것의 그대로가 좋다. 사람들도 꾸밈없이 사람을 대한다. 

인공의 아파트는 아니지만 높아서 좋다. 아래를 내려다 볼 수 있어서 그렇다. 담장너머 빨래 줄에 걸린 속옷들이 보인다. 훔쳐 본다. 오래된 집은 빨래로 사람이 살고 있음을 말해준다. 마당에 앉아 아랫마을을 바라보면 여유로울 거다. 높은 담장 저편에 아스라이 보이는 모습이 그저그런것들도 괜찮아 보인다. 아이가 어른이 되고, 다른 아이가 또 어른이 되는 반복이 이런 흔적을 만든 거다. 마당 한켠에 쓰래기도 괜찮아 보인다.  

막 찍는다. 이는 습작처럼 렌즈 속에서 생각을 하는거다. 도중에 뭔가 나올 거란 믿음은 항상 나를 저버리지 않는다. 약속이라도 했듯 그렇다. 그날도 그랬다. 호박꽃을 찍는데 그 너머에 조용히 앉아 꽃을 따는 노인이 있었다. 사진을 찍겠다고 말을 거니 노인을 뭘 찍느냐고 말하면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찍기보다 사람이 반가운 거다. 이런 동네, 참 좋다. 


테레비에서 꽃차가 몸에 좋다고 그랬단다. 요즘은 막 꽃따는게 일이란다. 파는 것도 아니란다. 가족들과 함께 마시고 동네 사람들에게도 준단다. 향이 좋다며 웃는다. 손짓하며 바로 저기가 자기 집이니 가잖다. 꽃차를 한잔 주었다. 좁은 마당이 전부 꽃이며 채소나 과일들이다. 좁은 공간이 이것 저것 없는게 없다. 지저분하다고 느껴지지 않는다. 그저 재밌어 보인다. 내외와 회사에 다니는 아들과 함께 산단다. 대학 몇학번이라며 손가락을 세어보이듯 말해준다. 당당하게 다리를 꼬고 이야기를 시작한다. 금방 인생 전부가 읽혀진다.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던지는 레파토리일지라도 듣는게 나쁘진 않다. 이런 정겨운 만남은 카메라를 메고 기웃거리다 만나는 행운이다. 이게 사는 맛이다. 

성북구 북정마을의 나들이.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