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구 있네.'
이런 빈정거림이 또 있을까? 의지를 꺾는 거다. 누군가의 열정을 최소 비용으로 최단시간 내에 멈추게 하는 대단한 방법이다.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내는 이런 경제 효과도 없다. 놀이에 대한 효용가치를 깡그리 무너트리는 행위이다. 원래 인간은 호모 루덴스(homo ludens)였다. 아이의 옹알거림과 발가락의 꼼지락 거리는 것이 탄생과 동시에 이뤄지는 놀이이다. 아, 호모 루덴스! 옹알거리는 것은 말을 시작하려는 연습이며, 꼼지락 거리는 것은 스스로 서서 걷기 위한 준비자세이다. 건설적인 행위의 시작이다. 문제는 교육이다. 성장하면서 교육은 노는 것을 건설적 삶에 반하는 것으로 규정하기 시작했다. 이에 <놀구 있네>라는 모임을 만들어 놀이에 대한 진정한 의미를 체험하고 바로 잡고자 한다.
아이가 어른들이 노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아이러니 하다. 아이는 생각한다. '저건 내가 할 건데' 아이조차도 어른들이 노는 것을 의아스럽게 생각한다. 그럼 과연 놀이란 무엇일까. 아이들에게 어른이 말한다. "나가 놀아라!" 우선 놀라는 말이다. 아이들은 노는게 일이라고 했다. 어른들이 노는 것에 대해 거추장스럽게 놀이문화라는 이름을 짓곤 했다. 나름 그것이 고급진 이름이라고 자위했다. 아니다. 그냥 놀자는 것이다. 그 다음은 따지지 말자.
이런 놀이. 칙칙폭폭이다. 사진을 찍을테니 계속 하라 했더니 끝없이 한다. 관절염이 있는 사람도 '낄낄'거리며 아픈 줄도 모르고 한다.사진찍기 놀이로 보이지만 그걸 빙자하여 그들끼리 논다. 그날밤, 이야기의 대부분이 '오늘 너무 좋았다.'며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하다고 말한다. 단지 '칙칙폭폭'하나 했을 뿐인데 그 안에 있었던 사람들은 흥분한다. 이게 무슨 일이란 말인가. 밥을 되냐, 돈이 되냐. 아무것도 아닌 이런 일에 사람들이 빠져들다니.
이렇게 노는 사람이 있더라. 보기에 좋더라. 숲 해설사라 하더라. 누구에게 즐겁게 하자고 말하지 않더라. 그냥 지 혼자 놀더라. 노는데 왜 남의 눈치를 보냐고 말하더라. 그가 일을 한다고 사람들은 말하고, 그는 일이 아니라며 놀더라. 그는 그렇게 놀더라. 그의 노래가락에 '.... 하더라'가 떠올라 말 끄트머리에 '... 하더라'를 붙여본다.
내 블로그가 7년만에 1400여개의 글이 만들어졌다. 이 행위 자체가 나에겐 놀이였다. 글쓰는 작가도 아닌 내가 글을 쓸때가 재미있었으니깐. 그 중에서 <놀이>라는 키워드로 검색하니 157개의 글이 나왔다. 놀이는 내 삶이자 내가 갈망했던 무의식의 발현이었다. 이건 진정 나에게로 돌아가는 거다. 노는 인간(homo ludens)이 되는 거다. 얼마전 나는 명함에다 <사진으로 노는 남자>라는 글씨를 썼다. 이제부터 노는 거다. 일은 잘 될 거다. 믿는다.
가칭 <놀구 있네> 모임 발족에 즈음하여.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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