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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Therapy/여행 백승휴

바라봄으로 병산서원에서 흔적을 찾다.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새의 이름은 의성어, 마을은 의태어! 앞산이 병풍 모양이라 하여 병산이다. 병산 서원은 의태어가 맞다. 번화가는 시끄러워 산 속으로 들어온 병산 서원. 맹모산천지교라. 병산 서원은 사설 학원이다. 훌륭한 사람도 많이 배출했겠지만 병산 서원이 이름난 건 따로 있다. 건축학도의 바이블. 병산 서원은 미국 조지부시 대통령이 방문해 '원더풀'을 연발했던 곳이다. 난 그 곳에서 하룻밤을 보낸다.

바라봄. 성현의 지혜가 엿보인다. 정원을 꾸미기 보다는 바라봄을 통하여 보이는 풍광을 정원화 했다? 정원은 과일이나 곡식을 재배하지 않는다. 단지 바라보며 정서적 교감이 있을 뿐이다. 그렇다면 바라보이는 곳 모두를 정원으로 삼겠다는 의미가 맞다. 성현의 지혜에서 아우라가 펼쳐진다. 나는 어디까지를 정원으로 바라볼 지를 고민 중이다. 마루에 앉은 여행자의 바라봄은 과연 어디까지를 정원으로 삼고 있을까?

흔적. 곰삯은 나무의 질감에서 그 사람들의 음성과 움직임이 느껴진다. <하늘 천 따 지...>를 읖조리던 서당 학생들의 인내와 미래를 향한 열정이 숨쉰다. 기둥의 당당함, 바닥의 무게까지도 병산을 바라보던 수 많은 사람들을 느끼게 해준다. 바람이 다니기도 하고, 계절마다 다르게 보여주는 자연 병풍이 선조들의 지혜를 엿보게 한다. 대문이나 창문은 바라볼 수 있는 창구 역할을 거뜬히 해낸다. 발길이나 눈길이 드나드는 것만이 아닌 그곳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마음을 정돈한다.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자연과 하나임을 가르치고 있다. 바라보노라면 보이지 않았던 <수많음>이 보이기 시작한다. 

유혹. 초가을 연못의 채색은 배롱나무 꽃잎의 몫이다. 꽃놀이의 유혹은 뜰 안 연못으로부터 시작되었으리라. <in spite of>, 그럼에도 불구하고 극복해야 했던 그 청춘들의 아픔에 공감하는 사진이다. 화려함이 가볍지 않고 잔잔하게 다가와 인간의 감정을 자극한던 그때가 그려진다. 

향수(추억). 백열등이 소나무를 붉게 물들인다. 구부러진 길로 들어가는 초입엔 <하회마을 가는길>이란 이정표가 붙어 있다. 길은 걸어서 가야 운치 있다. 그냥 막 걸어서 마을까지 가고픈  충동이 인다. 초저녁부터 문안인사를 나온 반달만이 어색하게 역사의 현장에 선 나를 배려한다. 병산 서원의 모두는 예술이 아니면 버틸 수 없을 지경이다. 향수 옆에 괄호치고 추억을 넣는다. 이유는 이렇다. 소나무나 구부러진 길은 학생들에겐 고향을 향한 향수이지만 지금 나에겐 그 시절을 추억하게 하는 소재인 것이다. 향수가 시간이 흐르면 추억이 된다. 그 학생들도 그랬을 것이다. 내 옆에 늙은 학생이 뒷짐지고 <소나무와 구부러진 길>을바라보고 있다.

병산 서원은 <바라봄, 흔적, 유혹. 향수> 4단어로 정리한다. 이 단어는 단순한 어휘가 아니라 병산 서원을 지탱하는 버팀목이다. 나는 사유함으로 병산 서원을 재건하고 있다. <흔적은 바라봄을 통해 추억(향수)하려는 유혹을 받는다.> 4단어를 한 문장으로 묶으니 새로운 의미가 생겨나지만 제목까지 다시 정하지 않고 다시 찾아가 그 의미를 되새길 것을 기약해 본다.

바라봄으로 병산서원에서 흔적을 찾다.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