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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휴 칼럼/장소를 만나다

밤섬, 그들의 가슴 속에 묻히다.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뒷모습은 진실이다. 또한 궁금하게 만들기도 한다. 뭘 찍은 건지, 뒷짐진 사람들은 누군지, 사극을 찍나, 종가집에서 제사를 지내는지 등 수많은 의문이 생긴다. 불확실한 모습은 뭘 상상해도 된다. 이 사진은 <잃어버린 것을 찾아서>이다. 영화가 아니다. 실화다. 여의도 건너편에 밤섬이 있다. 옛날엔 그곳에 사람이 살았다.


배에서 실향민들이 바라보는 밤섬, 실향민을 바라보는 밤섬. 이 둘은 서로에게 의미이고 위안이다. 항상 그 자리에서 돌아오기만을 기다렸던 그 섬은 어머니의 품속 같다. 기다림, 꿈의 장소 & 기억의 장소가 만난다. 2017년 9월 어느 토요일 오후!

언론은 알 권리를 위해 인터뷰에 나서고, 그들의 말로부터 밤섬 실향민 고향찾기 프로젝트는 시작된다. 밤섬이 보이던 곳에서 박여사는 <마포 나룻터> 라는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고향을 바라보기 위해서다. 인터뷰 도중 끝내 눈물을 보인다. 처절한 아픔, 이젠 그 누구의 고향도 이런 아픔을 줘서는 안된다고 울먹인다. 제발 그러지 말아 달라고 애원한다. 그녀의 흐느낌은 가슴 속으로 메아리 친다.

밤섬에서 동쪽을 바라본다. 저편 하늘 사이로 희망의 빛이 환하게 비춘다. 커다란 하트가 살짝 모습을 보여 준다. 내가 그 곳을 찾은 건 두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관악구 청소년 사진작가 프로그램이고, 또 하나는 아이들에게 그들의 아픔과 현장을 체험하며 감정들을 찍자는 것이다.

무당이 노인이다. 해마다 그가 온다고 한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며 구수한 입담으로 관중의 시선을 끈다. 모두 하나가 된다. 어린 시절의 친구들을 만나면 금새 아이가 된다. 제를 지내는 뒤편 대기소, 그들은 아이처럼 해맑게 미소 짓는다. 장난도 친다. 그들은 지금 어린 시절로 돌아가 있다. 제를 올리고 자리를 뜨는 그들의 모습애절하게 느껴진다. 다시 만날 그날을 기약하고 밤섬을 떠난다. 

불러도 대답없는 고향의 옛날이여!

밤섬, 그들의 가슴 속에 묻히다.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