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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휴 칼럼/장소를 만나다

동해 카라반펜션. 명선도 진하 해수욕장.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존재한다는 것. 특히 장소가 존재하는 이유는 기다림이다. 그 곳에서 함께 할 이를 찾는 것이자 자신을 드러내는 것이다. 깊은 산 속에서 새들과 함께 존재하는 장소. 또는 망망 대해를 바라보며 넓은 가슴을 하고 있는 곳이 있다. 울산 앞바다, 명선도 진하 해수욕장에서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다. 높은 곳에서 파도소리를 들으며 바다를 바라보는 곳이다. 동해 카라반펜션이 그곳에 있다. 

형제처럼 건물들이 바다를 향하고 있다. 단지 한개지만 카라반에서 바라보는 그 청량감은 갈증을 풀어준다. 숙소 어디에도 바다를 바라볼 수 있다. 맑은 공기와 파도소리는 정신을 맑게 한다. 언제라도 깊은 생각에 잠기려면 찾아야 할 곳이다. 바다는 칠면조처럼 다양한 모습으로 이방인의 믿음을 저버리지 않는다.


파도가 연신 밀려 온다. 포말이 거품을 내며 바닷가로 밀려온다. 펜션으로부터 바다로 나가는 길이나, 그 곳에서 바라보이는 바다나, 숙소나 마당에서 바라보는 바다도 항상 기분을 좋게 한다. 이른 아침, 병사들이 바닷가를 따라 걸어간다. 밤새 들었던 파도소리와 신선한 바람이 문틈으로 들어온다. 건물의 횟집에서 저녁과 아침을 먹으며 하루를 계획한다.

일행의 일부는 카라반에서 아침을 맞는다. 펜션 주변이 전부 밭이다. 주인이 조석으로 찾아가는 일터이다. 부드러운 상추가 입맛을 유혹한다. 인심좋은 주인은 따먹으라며 고추장까지 준비해 준다. 2-3장씩 겹쳐서 싸먹고 나니 아침이 나른하니 잠이 밀려온다.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마음을 다스린다. 반짝이는 물빛에 카메라를 드리운다. 낚시꾼들의 몸짓같다. 문을 열고 방바닥에 누워 지긋이 눈을 감으니 파도소리가 더욱 강력하게 다가온다. 지상 낙원이 따로 없다. 여유는 시간이 아니라 마음이 문제로다.

동해 카라반펜션. 명선도 진하 해수욕장.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