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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휴 칼럼/장소를 만나다

추억을 찾아 온 <뚝방의 추억>.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추억을 먹고 산다? 추억은 어떤 음식이길래. 아마 영양제의 종류일 거다. 나이가 들어야 먹는 건가? 하기야 애들도 "옛날에 말이예요..."라며 말을 꺼낸다. 그걸 보면 추억을 먹는다는 건 나이 문제는 아니다. 추억은 어디서 자라는 것이며 어느때 먹는 건가. 무수히 많은 질문이 찾아온다. 추억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거미줄 같다. 옭아매 꼼짝 못하게 하니 말이다. 

추억을 맛깔스럽게 먹는 방법이 있다. 우선 지긋이 눈을 감으며 미소를 지어야 한다. 이거야 말로 나이가 '지긋이' 들어야 '지긋이' 눈을 감을 수 있다. 숙성되어야  맛이 난다는 뜻이다. 홍어회 정도는 되나보다. 이 두장의 사진이면 충분히 추억을 먹는데 어렵지 않다. 추억은 먹기도 하지만 <그 곳>으로 가기고 한다. 지금 나에게 추억이란 뭐가 있을까? <뚝방의 추억>, 그 추억을 만나러 그 뚝방으로 간다.

<뚝방의 추억>이다. 뚝방이란 단어도 추억을 떠올리게 하고 이름 뒤에 추억이란 단어가 또 붙어 있다. 동어 반복이다. 강조하는 거다. 이곳은 <뚝방의 추억>이란 숙소이다. 숙소만을 추억할 순 없다. 작은 섬 안에 있는 작은 숙소. 펜션이라고도 하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으며 거기엔 이유가 있다. 섬 옆에 길게 늘어 선 뚝방엔 <걸어가는 재미>가 있다. 또한 섬 뒤로 나가면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 바닷물이 들어오거나 나가도 좋다. 언제나 좋다. 뭐라 나무랄 수 없을 정도로 좋다. 이번 방문은 뚝방보다는 숙소 안쪽을 찍었다. 닭들이 노는, 호박꽃이 길을 덮어버린, 이른 아침 자전거를 타고가는 이방인, 빛바랜 뚝방의 추억이란 흐릿한 글씨, 뭐 이것 저것 찍고나니 든든하다. 추억을 찾아와 배부르게 먹었으니 말이다. 추억은 항상 배고플 때 찾아와 위안을 받는 괜찮은 친구이다. 참 좋다.

추억을 찾아 온 <뚝방의 추억>.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