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무국수를 먹으러 갔다. 갑자기 땡겼다. 술을 마시고, 마셨던 그 곳 말고 전문으로 하는 집으로 가고 싶었다. 시원한 국물과 면발이 땡겼던 것이다. 나는 일주일에 한번 논현동에 간다. 이야기를 마치면 논현동 영동시장으로 나간다. 한시간정도 이야기를 나누고 밥이나 술을 마시면서 그 이야기를 계속 이어간다. 백프로 소주잔을 기울인다. 때로는 소맥이나 막걸리도 마신다. 그날 안주에 술이 따라간다. 그것도 걸어가다가 땡기는 집으로 들어간다. 골라먹는 재미가 있다. 이쯤 되면 맛집 소개정도로 알겠지만 아니다. 그 집 사람을 말하려 한다. 그것도 부부 이야기다.
즉석 소개로 나에겐 처음 간 집이었다. 논현동 영동시장하면 말이 많아진다. 이유는 사연이 있을 것만같은 식당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 중 부부가 운영하는 식당이 꽤 있다. 그것도 나이든 부부말이다. 아내가 주방, 남편을 보조이다. 그 열무국수집은 특히 그랬다. 들어가려는데 저분이 남편이라고 일행이 말해준다. 몸이 불편해 보였다. '삐침 삐침' 걸어서 가게로 들어갔다. 여 주인이 한분이 우릴 빤히 바라본다. 안녕하시냐고 인사를 하자, 모처럼 오셨다며 바로 뭘로 하겠느냐고 묻는다. 열무국수나 잘하는 거 달라고 하니, 그런 말이 어디있냐며 열무국수를 말겠단다. 잘하는 것을 묻는 것이 아니고 먹고 싶은 것을 말하면 다 된다는 어투다. 음식이 다 되어갈 무렵 '맵게 안맵게'를 묻는다. '얼큰하게'를 주문하니 불편한 남편이 음식을 들고 온다. 그게 남편의 몫이었다. 먹는 동안 부인이 안보인다. 다 먹고 돈을 내려니 남편이 아내를 부른다. '어이!' 큰 소리로 당당하다. 아내는 옆가게 여주인과 수다중이었다. 나오면서 음식이 조금 달다고 말하니 대답은 간단했다. "설탕을 안 넣으면 되겠네.". 다음에 오면 당신을 기억할 것이고 그렇게 해주겠다는 말처럼 들렸다.
이 부부관계가 눈에 띄었다. 이 정도면 아내가 남편을 구박하고 남편은 수그러진 표정일 것이 그려진다. 이 집은 달랐다. 아내의 당당함이 남편을 세우려는 의지로부터 생겨났다는 느낌이 들었다. 명확하게 역할 분담을 했다. 별일 아니지만 남편에게 당당한 <아내의 남자>역할을 부여시켜 준 것이다. 그 부부의 사연이야 알겠냐마는 인간사 80%가 같다는 말을 되뇌여본다. 알콩 달콩 살아가는 그들의 삶이 열무국수가 조금은 달았지만, 다음엔 너에게 맞춰주겠다는 당당함에 만족하고 돌아왔다. 맛과 부부의 느낌이 좋다. 그곳에 중독되어 다시 찾아갈 것을 기약하며 돌아왔다. 적어도 나에게 식당은 고급 인테리어의 친절함보다 정겨운 냄새가 나는 그런 곳이 좋다. 사진 찍는 장소도 그렇다. 그 이유는아직도 생각중이다.
열무 국수와 상관없는 이야기.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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