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인물 사진가다. 요즘은 풍경도 찍는다. 둘은 다르지 않다. 둘이 아니라 하나다. 풍경은 언제든지 기다려주지만 사람은 여간 신경쓰이는 게 아니라고 불평한다. 사람의 표정이나 풍경은 소통의 수단이다. 느낌을 준다. 풍경도 감정을 가지고 있다. 바라보면서 감정이 일어나면 감정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페이스 리딩>이란 말 그대로 표정을 읽는 것이다. 누구도 표정을 읽는 것을 가르쳐주지 않았고, 배울 수도 없다. 현장에서 익힌 것이다. 풍경 속에 감정은 우리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기 때문에 느낄 수 없다. 자신에게 자신감을 주는 것이 reading의 첫걸음이다. 읽어보자. 이걸 우리는 해석이라고 한다.
어느 가을 아침, 햇살마중을 나온 꽃들이 행인에게 말을 건다. '눈에 띈다'고 말하지 않고 말을 걸어 온다고 하자. 감정이입이란 사물을 의인화하여 대화의 장으로 끌어들이는 것이다. 햇살이 그림자를 만드는 순간을 시간으로 보지 않는다. 장소이동으로 본다. 괜찮은 위치를 선점하여 그곳에 자리를 잡는다. 장소 찾기이다. 행인과 다정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이런 해석은 꽃들이 다른 시선으로 다가오게 만든다. 벽앞에 둥지를 틀고, 밋밋할 수 있는 길과 담장에 자연이 그린 그림과 함께 하고 있다. 다시 정리하면, 꽃을 본것이 아니라 말을 걸어온다. 이것이 풍경 속의 사물과 대화를 나누는 기본이다.
끌림의 법칙. 끼리끼리 모인다. 칼라 발란스란 의미처럼 항상 자연스러운 모습은 그런 비슷함이 기본으로 한다. 연한 색을 띤 담장, 이 또한 저녁이나 한밤중에는 검정색이 된다. 지금 이 순간 비슷한 톤의 의상을 입은 여인이 그 앞에 서 있다. 그 앞에 서게 했던, 우연히 그곳을 지나던 관계없이 그들은 같은 선상에서 만난다. 벽을 보고 대화를 나눈다? 프레임 안에 피사체는 위치선점 만으로도 소통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 풍경이나 사람이나 하나다. 프레임 속에 함께 있는 것은 서로 소통하고 있는 것이다. 풍경과 피사체, 둘의 만남은 하나의 프레임을 만든다. 화룡점정이다. 감정을 가진 것이 사람 뿐이란 생각은 생각을 한정짓게 한다. 모두에게서 감정을 캐내어 말을 걸어야 한다. 드러낸다는 것은 해석이다. 생명을 불어 넣는 것이다. 다짜고짜 카메라를 들이대는 건 사람이나 풍경에게나 우격다짐이다. 서로 소통하며 공감해야 한다. 사진은 그 조건이 맞는 시점에서 의미로 완성된다.
사람이나 사물이나 풍경 속에선 하나다.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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