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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휴 칼럼/장소를 만나다

제주도 <해봐요!>에서 밥먹기.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사람이 힘이다. 어딜가나 아는 사람이 있으면 든든하다. 개도 자기집앞에서 50% 먹고 들어갈 정도니. 제주도엘 가면 가끔 들리는 곳이 있다. <해봐요!>체험 학습과 카페를 겸하는 곳이다. 분위기도 좋지만 사람들이 좋아서다. 유아교육 & 국악을 전공한 두 사람이 의기투합한 곳이다. 이곳에서 들은 재미있는 사실이 하나 있다. 아보카도롤이 추천 메뉴인데, 잘 나가는 메뉴는 생돈가스라고 한다. 뭐든 계획대로 되진 않는다. 뭔가를 시작하면 길이 나온다. 어떤 메뉴를 팔던 메출증대라는 비즈니스의 목적에 부합한 것이면 된다. 체험 아이들보다 카페 손님들이 많아서 생겼던 에피소드도 있단다. 초심을 잃으면 안된다고 말하려다 참았다. 이런 농담이 오해를 살까봐.


가는 날이 장날이라. 카페 앞 공사차량의 굉음과 분주함에 밀려 간판도 안보인다. 멀리 주차하고 찾아간다. 언제나 반기는 얼굴들. 여기에 오는 건 친절이라고 말하지만 생돈가스가 땡겨서다. 질과 양, 둘다 만족이다. '여기 생돈가스 강추요.'  귤나오는 계절엔 귤도 막 준다. 안주면 밭에 나가 따먹으면 된다. 귤밭이 있는 제주도 어느 집에나 귤인심이 좋긴 하지만.

<해봐요!>의 새로운 식구가 생겼다. 3살 강아지다. 남자는 싫어 한단다. 나에게 다가와 친근감을 표한다. 날 남자로 보지 않는 거다. 파마머리 때문이어서 인지 그렇다. <해봐요!>의 평온은 뒤편의 국악 체험장과 감귤밥이다. 저 멀리엔 한라산이 보인다. 이런 풍경이 차한잔을 마시든 식사를 하든 여유있게 해준다.


그날은 체험장엔 어린 학생은 없고, 손이 많이 가는 어른 학생이 선생님과 씨름하고 있다. 가야금 소리에 맞춰 후식으로 나온 더치커피를 마신다? 이런 낭만이 또 있을라고. 음악을 모르는 나는 초보자의 가야금소리 마져도 나쁘진 않다. 예술은 평가의 대상이 아니다. 그냥 느끼면 된다. 멍하니 앉아서, 지긋이 눈을 감고서.

제주도 <해봐요!>에서 밥먹기.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