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십자가가 일상에서 환영처럼 보인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니 더욱 그렇다. 성경책에서 작품이나 강의 아이디어를 얻어도 될 거란 생각도 든다. 어떤 기운이 나를 끈다. 흥미를 찾아 몰입지대에 빠진 나를 한 곳으로 안내해 주려는 듯. 올해 <청담동 성당 성물집> 촬영을 한 후 성당 안이 더욱 정겹다. 크리스마스이브, 카메라를 들고 미사에 참여한다. 성물 위치와 viewpoint 에 익숙해서인지 프레임이 자유롭다. '찰칵 찰칵' 소리가 십자가를 긋는다.
찍은 순서에서 제외된 사진이다. 어린 복사들이 노래를 부른다. 합창이지만 몇명만 보이도록 찍는다. 은유와 상징처럼 일부를 보여주며 전체를 상상하게 한다. 상상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는 것이다. 한 장의 사진으로도 <그날 그곳> 분위기를 보여준다.
미사 중 촬영은 움직임이 조심스럽다. 사진 속에 그날의 심경이 나타난다. 타인의 사진에서 이야기를 꺼내던 내가 나를 읽는다? 어색하지만 한동안 바라보니 보인다. 미사중 가끔 찍을 자리로 가서 셔터를 누르고 돌아온다. 몇번의 움직임만으로 미사 풍경을 찍어야 한다는 압박이 더욱 상징적으로 찍게 된다. <시간>과 <시선>에 집중한 사진이 눈에 띈다. 가끔 느린 셔터스피드로 촬영해 움직임이 뭉게 있다. 시간을 멈추려는 의지가 반영된 사진이다. 시간을 잡아 놓으려는 것이다. 멈춘 시간 속의 움직임들은 때론 묘한 느낌을 준다. 또 하나는 시선이다. 아래에서 위를 바라본다. 낯섦과 일부만 보여주며 나머지를 상상하게 하려한다.
2017년이 지나간다. 낮은 자리에서 바라보려는 마음과 시간멈춤에 대한 바램이 사진 속에 담겨있다. 겸허로 세상을 바라보고, 흐름에 저항하지 않으려는 의지! 마음 안에서 세상은 창조되고 허물어진다. 프레임 안의 세상처럼 시각은 나 자신이 완성한다. 긍정하고 적극적이며 배려하는 마음으로 세상을 살아가라 하시네.
청담동 성당, "메리 크리스마스!" 모두에게 축복을...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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