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쟁이가 먹고 살 수 있는 이유가 있단다. 인간의 삶이 80% 이상이 닮았기에 그렇단다. 세상 무엇도 그렇다. 모두가 닮아 있는데 <부자지간>은 얼마나 비슷할까? 타고난 형질과 함께 했던 세월이면 똑같아야 마땅하다. 엄했던 아버지도 나이들면 연민같은 걸 느끼게 된다. 나의 아버지는 성품 뿐만 아니라 일상에서도 존경할 분이라서 자주 떠오른다. 나는 모든 면에서 아버지에 못 미친다. 나이 50이 넘으니 아버지의 삶이 가슴 속으로 파고 든다.
<닮음>의 답이다. 아버지는 농부, 나는 사진작가이다. 직업도 다른데 언제부턴가 두 사람이 많이 닮았다는 걸 알았다. 그건 직업병이란 말로 시작해야 한다. 아버지는 다음날 일이 있으면 새벽 두세시부터 일어나 일을 준비한다. 잠을 안 주무신다. 나도 그랬다. 일에 관한한 쉬는 날이 없었다. 주말에 못쉬면 평일이라도 쉬는 게 맞다. 가족들에 대한 배려 차원이기도 하다. 일이 있으면 휴일을 포기하기가 일쑤였다. 그것엔 당당했을 뿐 죄의식은 없었다. 몇년전부터 일주일에 이틀을 쉰다고 선포만하고 일은 어떤 방식으로든 항상 하고 있었다. 몰입이라고 말하지만 직업병이다. 자신만 모르는 병이다. 이런 병은 세상 사람들이 대부분 앓고 있다. 특히 대한민국 중년남성들에겐 그렇다. 자신은 좋고 가족과 같은 주변인들에게 시간을 포기시키는 일이다. 나는 아버지의 일하는 뒷모습만 보고 자랐다. 나 또한 사진찍는 모습만 가족들이 보았을 것이다. 용감한 부자는 이렇게 닮아 있었다.
나는 <바라봄>이란 단어로 모든 걸 설명한다. 아버지는 들녘과 농작물만 바라봤으며, 나는 피사체와 바라보기 놀이를 하며 살아왔다. <바라봄> 속에 자신을 던져 놓고 자신과 대화를 나눈 것이다. 이런 몰입이 자신에겐 얼마나 재미난 놀이인지 모른다. 남들은 직업병이라 하지만 자신에게는 흥미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해가 거듭할수록 이해보다 포기에 가깝게 된다. 주색잡기에 능한 것보단 낫다. 누가 말려도 난 바뀌지 않는다. 아니 않을 것이다. 나의 아버지를 보면 알 수 있다. 삶이란 직업병에 빠져 사는 것 또한 나쁘지 않다. 그렇다. 아니면 말구다.
사진강의 <농부의 자존감>를 준비하다 떠오른 아버지.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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