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농촌에 관한한 전문가다. 농부의 아들때문만은 아니다. 조상이 농부가 아닌 사람은 없겠지만. 대학입학하던 해, 소 파동때문에 등록금으로 고뇌해야 했던 농부, 일이 없어도 논두렁을 바라봐야 맘이 편한 직업병을 가진 농부. 그 농부가 나의 아버지란 거다. 이쯤되면 농부들의 애환을 꽤뚫어 볼 수 있다. 이날도 그랬다. 강의장을 가득메운 <아버지와 어머니>같은 분들, 정감어린 눈빛으로 나를 바라봐 준 그들이 있어 나는 행복했다. 말하지 않아도 나는 그들을 안다. 농부를 위한 준비된 강사, 나는 백강사! 강의 제목은 <농부의 자존감>이었지만 그들과 나누는 대화 속에서 그 문제는 확 풀어진다. 자랑스런 대한민국의 농부, 그들은 이 나라의 기둥이었다.
직업이 직업인지라 상황이 되면 카메라를 들어야 직성이 풀린다. 강사자리에 그냥 앉아 있으면 뭔가 어색하고 성의없어 보인다. '국기에 대한 경례!'에 진지하고 순박한 그들에게 세상의 변화는 가혹하다. 스마트 폰이 뭐고 인터넷 마케팅이 뭐냐? 환장하겠단다. 강의장에 나온 농부들은 적응이 빠른 것이고, 이 마져도 안되는 분들은 직거래고 뭐고 농사만 짓는다. 농업 경쟁력, 어찌 할 것인가? 나는 차별화를 말하고 순수 그대로를 보여주라했다. 세련된 화법이 뭐가 필요하고, 잘 찍은 사진도 필요없다. 그대로 찍어서 보여주면 건조한 도시인들에게 최고의 마케팅임을 말했다. 맞는 말이다. 그대로를 보여준다. 농부는 원래 대부분이 순수한 사람들이니깐. 속이지 않으니깐. 나는 그렇게 믿는다. 나의 아버지가 그런 삶을 살아왔으니깐. 농부란 정년이 없는 괜찮은 직업이다.
중요한 건 이 사진들이 농부들의 마음에 들어했다는 것이다. 수업에 활용할 요량으로 찍은 사진들. 일찍 오신분들을 찍어 드렸더니 늦게 온 걸 한스러워하는 분들도 있더라. 이것이 내가 다시 화성농부를 만나러 가야하는 이유이다. 깨농사를 지으며 한번도 팔아보지 못했다는 80농부, 포도농사나 쌀농사 등 다양한 농사일을 하는 분들을 만났다. 강의장엔 왜 오셨느냐고 물었더니 마케팅을 배우러 왔단다. 마케팅 너무 신경쓰지 말고 지금 여기에서 즐거운 수다를 떨다 가시라고 했다. 그대로를 보여주고 꾸준히 하시라고 말했다. 뭐든 쉽게 되면 누구나 할 수 있는 건 경쟁력이 아니다. 봄에 씨 뿌리고 가을에 추수한다는 건 기다림이다. 바로 되면 농사가 아니다. 지속적으로 될 때가지 하면 된다는 말을 되뇌이며 돌아왔다.
화성농업기술센터특강, <농부의 자존감> 농부를 위한 준비된 백강사.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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