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빨강을 좋아한다.
열정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Red is Passion" 이렇게 믿는다. 흰색의상을 입을 때면 팬티는 반듯이 빨강색을 입는다. 나와의 약속이다. 어느 부위든 빨강이 있어야 힘이 난다. 나의 수용복은 팬티, 수모, 수경까지 빨강이다. 처음 수경을 쓰던 날이 기억난다. 온통 세상이 빨강이었는데, 그 민감성이 둔감성으로 바뀌면서 이제는 익숙해졌다. 인간의 눈이 가지고 있는 자동화 시스템은 놀랍다.
바닥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팔라우의 바닷속을 수영복차림으로 들어갔다. 다른 사람들은 스노풀링을 하는 상황에서 난 빨강색으로 파랑바닷색에 맞섰다. 뿌연 시야, 흔들림 그리고 내 주변을 감싸고 있는 물방울의 움직임이 나를 덧칠하고 있었다. 이런 느낌이 난 좋다. 혼탁한 세상속에서 두 눈을 부릅뜨고 다가가는 나의 자화상. 난 그렇게 생각한다.
나에게 팔라우의 경험은 환상에 빠진 미쳐버린 눈빛은 아니지만, 스스럼없이 다가오는 물고기의 비늘거림처럼 친근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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