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백승휴 칼럼/Photo Essay

증조부의 유품을 가보로 받다.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정체성, 우리는 살아가면서 '나'에 대한 의문점을 갖는다.
나는 항상 내 안에 어떻게 생겨 먹은 놈이 존재하는가에 대한 의문을 자주 하면서 살아왔다. 나 뿐만 아니라,  인간은 누구나 그런 생각을 했으리라 본다. 어느날 나는 사진가의 길에서 가르치는 자의 길로 향하고 있음을 인지할 수 있었다.  나는 그 근본을 찾기 시작했다.  

 

이 필체는 나의 증조부와 조부가 직접 필사한 흔적들이다. 증조부께서 서당훈장을 하셨고, 아마도 나는 그분의 내림을 받은 듯하다. 또박또박 내려 쓴 글씨에는 학구열과 그 과정에서 느껴지는 고단함이 한 글자 한 글자에 묻어 있다.

옛날에는 학습함에 있어서 필사를 권했다. 소설가, 김재희씨의 '색, 샤라쿠'라는 소설에서 사재인 김홍도와 신윤복의 관계에서 엿보인다. 스승인 김홍도가 제자 신윤복을 가르치는 방법으로 모사를 택했다.
물론 가상의 관계이지만 말이다. 그림을 따라 그리게 하는 것은 모사이고, 글을 베껴쓰게 하는 것은 필사라한다. 나는 요즘 신문의 사설을 필사하고 있다. 물론 종이에 적는 것이 아니라, 자판을 두드리고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벼루와 붓의 사진이다. 좀 더 색감의 채도를 낮추어 고풍스러움을 더했고, 먼지를 그대로 두고 촬영을 함으로써 선조의 숨결을 느끼게 했다.
 
 누구나 살아가다보면 내가 여기까지 와 있음에 놀랄때가 있다. 과연 나는 누구이며, 어디로 가고 있는가? 이것은 먹거리로서의 삶과 더불어 고민하고 나아가야 할 삶의 방향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배우고 때때로 익히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 공자님의 말씀이 증조부의 말씀처럼 들려오는 까닭은 무슨 연유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