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모두 자기중심적이다. 자기밖에 모른다. 비난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원래 그렇게 생겨먹었다. 과거 유명한 작가들의 명작들을 보면 전부 자기 이야기이다.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 생텍쥐페리의 야간비행, 모리 오가이의 무희 그리고 괴테의 파우스트나 단테의 신곡까지도 자신의 경험과 자기 중심적 사고로부터 만들어진 다분히 자기이야기이다.
이미지를 통해 치유를 하고 있는 대표적인 분야가 미술치료이다. 미술치료는 그림속에서 그 사람의 문제점을 발견해내고 단계적으로 접근해가는 방식을 쓰고 있다. 그런 차원에서 보면 사진도 다르지 않다. 아니 더 극명하게 자신의 스타일이 나온다. 훌륭한 작가의 반열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카메라의 화각과 프레임은 그 사람의 생각이 반영된다. 무의식적인 부분까지도 훔쳐볼 수 있다. 억압으로 부터의 자유, 디자인 공부를 한 사람의 사진 접근 방식, 성격 그리고 내면에서 꿈틀거리는 욕구까지 사진에 담기곤 한다. 참으로 신기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림을 그리는 일은 무에서 유를 만들어낸다고 생각하지만 사진이 가지고 있는 무한 공간에서의 선택이 그것을 가능하게 한다. 가령 방안에서 자신이 고를 수 있는 프레이의 수를 세어보자. 정답은 무궁무진하다이다.
나는 특강이라든가 갑작스런 강의요청을 받게되면 우선 참가자들중 미리 촬영한 사진을 보내라고 요청을 한다. 그 사진으로 시작하여 그 참가자들의 수준이라든가 관심사를 알아낼 수 있다. 그것을 바탕으로 강의의 주제와 방향을 설정한다. 수업시간에도 그 사진을 통해서 이야기를 전개한다. 유명작가의 사진으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다. 참가자들의 작품속에서 무수하고도 매력적인 것들이 많이 들어 있기 때문에 그것이면 충분하고 더 명확한 전달력을 갖는다. 매력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자 그럼 사진가들의 생각속으로 들어가보자.
이 작품은 독특한 색감, 피사체의 선택에서 차별성을 꽤하고 있다. 물론 제출한 사진이 모두 다른 관심도를 가지고 촬영한 것은 분명하다. 일상에서 바라보는 연꽃의 자태가 아니다. 다른 시각에서 그곳을 바라보고 있다. 흑인의 얼굴 또한 황인종에게는 임팩이 있다. 낯설어보인다는 말이다. 동우회 촬영대회처럼 앞에 있는 모델을 동시다발적으로 후레쉬세례를 보내는 것과는 다르다. 이 작가는 자기만의 스타일을 원하고 있다. 자존감이 강한 사진가임에 틀림없다. 사진가에게 자기 스타일은 생명과도 같은 것이다.
여행을 좋아하는 사진가이다. 히말라야라든가 유적지를 중심으로 촬영을 했다. 히말라야산의 민속적인 색감의 깃대가 휘날리고 있다. 자아를 찾아 떠나는 많은 사람들이 몰리는 곳이기도 하다. 원초적 삶의 의문을 해결하러 가는 모양으로. 유적지에는 삶의 발자취가 있다. 번성했던 국가의 허물어지고 형체만을 알아볼 수 있는 기둥이 삶의 굴곡을 말하고 있다. 당신은 이런 사진을 보면 어떤 생각을 하는가? 대동소이하게 삶에 대해 한번 쯤 떠올리게 된다. 50을 넘긴 나이에 삶에 대한 의미를 찾아 떠난 여행이었으며 그것에 정신이 꽃혀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그대, 지금 고뇌하고 있는가?
구도와 색감에 신경을 썼다. 수업시간에 배운 것들을 성실하게 시도하는 차분하고도 안정적인 성격의 소유자이다. 시작은 이렇게 하면 좋다. 탄탄하게 기초를 쌓은 다음에 작가적인 시도를 하면 발전이 있다. 항상 사람의 시선은 작은 것보다는 큰 것, 어두운 것보다는 밝은 것 그리고 복잡한 것보다는 단순한 것으로 쏠린다. 그것은 뭐라 말할 수 없이 당연한 것이다. 구성이든 심리학이든 그렇게 흘러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될 것이다. 물론 모든 것에는 예외는 있기 마련이지만 말이다. 틀을 거스르지 않는 배려와 더불어 살아가는 삶속에 다리가 될 사람이다. 컨셉은 블루였다. 블루의 다운된 이미지보다는 핑크의 설렘으로 작품의 스타일을 바꾸는 것이 어떠냐고 제안했다. 사진은 희망과 밝음을 만나기위한 시도이어야 한다는 나의 생각을 주입하는 잘못된 시도였는지도 모르겠다.
나의 스타일과 닮았다. 20년이상을 인물사진만 찍어온 나로서는 이런 사진에 익숙하고 흥미롭다. 나는 풍경사진을 찍더라도 그 안에 사람을 넣어야 직성이 풀린다. 사람에 대한 관심인가? 뭔가 실마리를 쉽게 풀고자하는 트릭인가? 아무튼 나도 모르는 사이에 그렇게 되었다. 이 사진가도 같은 생각일 것으로 본다. 이 풍경에 사람이 들어 있지 않았다고 생각해보라. 그냥 일상이다. 그러나 사람이 이야기의 흐름을 주도하면서 왠지 다른 느낌을 자극하고 있다. 사람이 자연과 소통하면서 메시지를 전달하기에 적절하다. 나는 그날 나와 비슷한 사진가를 만났고, 휴머니스트임을 알 수 있었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운 의미를 알고 있는 듯했다.
제출한 몇장의 사진에 전부 녹음이 풍성한 나무 사진들이었다. 처음에는 성의없는 내용으로 들여다 보였다. 그러나 자세히 보니 각기다른 접근방식을 통해 표현되어지고 있었다. 집요하리라 만큼 집중해서 말이다. 이 사진가는 어떤 사안에 대해서 꼼꼼하게 따져나가는 스타일이다. 논문을 써도 잘 쓸것이다. 나무에 대한 의인화를 통해서 삶을 투영하고자하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흥미로운 사진이다. 아마 이 사진가는 수다스러울 것이라는 생각을 해봤다. 두 사진이 같이 있음으로서 아래의 꽃이 뭔가 이야기를 걸어오는 듯했다. 정신분석적 용어로 전이가 이뤄지는 순간이었다. 즐거운 대화를 하는 사진이 없었다면 꽃들이 말을 걸어오는 듯한 느낌을 받았을까? 나는 말했다. 자연속의 사물들과 대화를 나누라고 권했다. 수 많은 친구들을 만나 상상의 세계에 빠져드는 그 맛을 느끼길 바랄 뿐이다.
미적 감각이 유별나다. 학창시절 그림을 그렸던 흔적이 보인다. 사물을 재구성하는 것에 익숙하다. 뭔가 다르게 보고자 시도하고 있다. 창작의 시작이며 아티스트의 냄새가 풍긴다. 고뇌하고 내면의 것을 투영하려는 의도가 다분하다. 사진은 그냥 찍는 것이 아니라 내면의 나를 만나는 것이다. 찾아 나서는 행위이다. 그 과정은 즐김속에서 삶이 허허롭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의 행위인 것이다.
이번 특강에서 점장이처럼 그 사람들의 성향을 읊어대며 공감을 유도했다. 그것은 대단한 일처럼 보이지만 사진속에서 메시지를 끄집어내 상징적인 것들을 바라보는 작은 안목으로도 누구나 시도할 수 있는 일임을 말하고 싶다. 다시 말하면 사진을 찍는 행위는 내면의 나를 만나는 행위다. 오늘 카메라를 메고 나가 세상과 조우하는 하루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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