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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휴 칼럼/Photo Essay

청담동성당 꿈꾸는 카메라 프로젝트.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청담동성당 꿈꾸는 카메라 프로젝트.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앉으며 눕고 싶고, 누우면 자고 싶은 것이 인간의 심리다. 종교선택 과정에서 교회를 택하지 않고 성당을 다니게 된 것이 술을 마실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일요일 아침, 아침식사를 하고 성당에 가서 앉아 있으면 스르르 잠이 쏟아지기 일쑤다. 그러나 신부님은 그걸 그대로 놔두지 않는다. 일어나라 무릎꿀어라를 반복하는 틈에 잠이 달아나곤한다. 그것이 주님의 의도라고 생각한다.

모든 일에는 양면성이 있는지라 어느 한가지가 맞다고 단언 할 수 없다. 과거의 추억만 부여잡기에는 편리한 현실이 우선이다. 아날로그와 디지털, 그 무엇이 매력적이라고 말할 수 없다. 즉각적으로 나타나고 아니면 지워버리는 디지털 카메라의 편리성이 우리를 유혹한다. 필름을 끼우고 찍은 다음 몇일을 기다려 어떻게 나왔을지 기다리는 맛도 추억을 조각으로 남아 있다. 그것뿐인가? 물쓰듯 막 찍어버리고 거기서 골라서 쓸 수 있는 디지털에 비하면 24컷과 36컷으로 구성된 필름이 있었고 서비스컷으로 몇컷을 더주는 필름 메이커도 있었다. 아련하다. 올림푸스 카메라는 하프이어서 그 필름이 두배의 컷수가 나온다. 소풍갈때 카메라를 빌려가는 풍속도도 그 시절을 기억하게 하는 단서이기도 하다.

 

학생들이 촬영했던 일회용카메라를 보니 예전에 사진관 아르바이트시절, 이 케이스를 수거해가던 아저씨의 얼굴이 떠오른다. 웃으면 눈가에 주름이 선하게 보였던 그 아저씨, 지금은 어디에서 무얼하고 살아갈까? 갑자기 궁금해진다.

 


아이들이 바라보는 그들만의 세상을 엿보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사진은 이제 누구에게나 자신을 표현하는 도구가 된 지금 누구것이 옳고 그른 잣대로 바라보는 것은

오늘, 미사가 끝나갈 무렵 보좌신부님이 자신의 훌륭한 프로젝트를 알리듯, 목에 힘이 한껏 들어간 '청담동 꿈카'에 대한 설명을 했다. 청담동 꿈꾸는 카메라 프로젝트, 아이들에게 일회용 카메라를 나눠주고 그들에게 사진을 찍게한 다음 마음에 드는 것을 한장씩 골라 제출하고 거기에 글을 쓰게 하는 것이었다. 일명, 포토에세이이다. 아이들이 찍고 정리하고 전시하는 과정에서 자존감과 성취감을 느끼는 포토테라피의 일종이다. 아이들이 바라보는 세상은 어른들하고는 차이가 있다. 기존의 경험과 학습의 자취가 조금은 삭제된 상태에서 그 액면을 보고 찍어낸다.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어린 아이들에게 산골로 캠핑을 가서 별을 보게 했다고 한다. 그리고 몇일후 유치원에서 아이들에게 별을 그리게 했는데 아이들이 그린 별은 별표가 새겨진 것을 그렸단다. 아이들이 현장에서 본것을 도식화하여 다른 사람들과 공감할 수 있는 표식으로 나타낸 것이다. 아쉬움을 말하는 이가 있었다. 아이들이 벌써 그들의 본 그대로의 현상을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어른들이 활용하는 소통의 도구를 사용하고 있다라는 것이었다. 나는 말했다. 아이들의 타인과 소통을 하고자하는 노력이 가상하다. 그렇다. 옳고 그름을 판단 할 수는 없다. 자신의 기준으로 바라보고 잣대질할 뿐이다.

꿈꾸는 카메라는... 원래 일회용 카메라를 저개발 국가 아이들에게 나누어주고, 그 사진을 나누어주는 2009년 시작된 프로젝트라고 했다. 어쨋튼 카메라가 소통의 도구가 된 것은 틀림없는 현실이다. 어른들의 경영대학원 코스에서 골프, 와인, 커피에 이어 사진을 가지고 대학원과정을 만들고 있다. 사진가인 나에게는 고무적인 일로 긍정적인 입장이다. 전국민이 사진작가인 세상이 사진시장에는 부정적인 입장을 토로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것은 좌정관천의 입장이라고 단언하고 싶다. 보다 원시안적인 입장에서 사진가가 좀더 깊이있는 철학적인 경지를 준비한다면 한 단계 높은 세계를 경험할 수 있다고 본다.

카메라는 도구이자 동반자이다. 2025년을 예견한 '일의 미래'에서 린다 그래튼이라는 작가는 외로움에 익숙한 사회가 올것을 말했다. 혼자놀기의 진수인 사진을 잘 활용한다면 그런 미래도 두려울 것이 없다는 말을 곁들여 말하고 싶다. 나는 사진가로서 사진을 찍는 것뿐만 아니라 사진이 의미하는 또 다른 이야기를 가공하여 소외되고 힘겨운 이들에게 절친을 만들어주고 싶은 것이 나의 소망이다. 꿈꾸는 카메라는 꿈꾸는 이들에게 동반자로서 함께 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