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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관련/백작가의 '작가만들기'교실

성북구 평생교육원의 종강을 맞으며.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10주동안 일주일에 한번씩 만나면 정든다. 가르치면서 학생들에게 애착이 가는 것은 학생들하기 나름이다. 뭔가 배우려는 열정과 성실성이 그것이다. 흐린 사진, 흔들린 사진, 그리고 노출이 잘 못된 사진과 구도가 잘못된 사진은 버리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특히 이들은 그랬다. 이 과정을 통해서 죽어있는 사진을 살리는 방법을 터득했다고 해야하나? 아무튼 이 과정은 자신을 만나는 과정임에 틀림없다.

사진에 감정이입을 하여 자신의 삶과 연관을 짓는 것은 재미난 수다처럼 삶을 즐겁게 한다. 결코 외롭지 않고, 곁에 누군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강의. 세상은 지금까지 봐왔던 것과는 다른 또 다른 세상을 만나는 순간이었길 바란다. 10주를 마치고, 사진에 그들의 생각을 글로 표현했다. 나의 강의가 원래 그렇듯, 그 스스로 뭔가를 찾아가도록 곁에 있어주는 것이 나의 철학이자 교육방법이다. 누구나 위대한 자아를 가지고 있는데 선생의 자만으로 그의 방향을 흔들리게 하는 것은 그의 미래를 닫는 것이기에 그렇다.

사진에 글을 입혔다. 일명, 포토에세이라고 한다. 글에도 손을 대지 않았다. 제목을 붙인 사람, 글이 좀 길거나 짧은 사람도 있다. 그러나 그 무엇도 정답은 없다. 지금은 조금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자신을 알아야 더 발돋음을 하게 마련이다. 그것이 교육 아니던가? 이렇게 혼자서 먼 길을 떠나게 하는 것이 선생의 권리이다. 감상하시길...

 

김 수영 작

 

방전된 듯 멈춰있는 반지하에 축복처럼 내리쬐는 동아줄

사진을 찍기 시작하고

비로소 빛을 만나게 되었다.

빛을 인식하게 되었다.

 

천원짜리와 만원짜리를 구분할 때나 필요하던 빛이다.

빨래 널 때나 간절했던 빛이다.

 

이젠 길모퉁이 담벼락 말끔하게 적셔있는 빛이 사랑스럽다.

보일락 말락 음흉한 뒷모습마져도 나를 설레게 한다.

 

내리쬐는 햇볕따라 궁둥이 끌고 옮겨 댕기며 하루종일 꼬들꼬들 말라간다.

 

내 마음속에 웅크리고 있던

어둠이란 어둠은 모두 다 증발시키고 싶다.

 

김 수자 작

 

우리들은 배롱나무입니다.

간혹 사람들은 우리를 백일홍이라고도 부르지요.

 

꽃잎이 너무 작아서 그리고 나무에 달려있어서

사람들은 우리를 많이 사랑하지 않는 듯합니다.

장미꽃처럼 해바라기꽃처럼 지나가다 ! 이쁘다

이렇게 감탄하지도 않고 사진도 찍지 않습니다.

 

그런데 그거 아세요?

우리는 우리의 생명을 다하고 땅에 떨어져도 저렇게 이쁜 모습으로 남습니다.

장미꽃이나 다른 꽃들과는 비교가 안되지요?

특히 명옥현의 배롱나무는 전국적으로 유명합니다.

 

연못에 떨어진 우리들의 자태는 화려하면서도

물방울과 어우러저 영롱하기까지해서

은은히 비춰지는 배롱나무의 형체와 아주 조화스러워

한폭의 그림같은 모습을 선사합니다.

 

그렇게 화려하지는 않지만

그렇게 아름답지는 않지만

그렇게 뿅가게 이쁘지는 않지만

우리들은 생명을 다해서까지 최선을 다하는 보기에 참! 좋은 배롱나무 꽃입니다

 

김 인숙 작

 

< 화려한 무대 조명 >

 

화려한 조명의 축복 아래

자그마하고 예쁜 무대에서

친지들을 모시고 Recital을 갖고 싶다“.

 

정년퇴직 후 성악 Lesson을 받으면서 가진 꿈이다.

 

교수님도 적극 권하셨고 또 어려운 일도 아닌 듯 했다.

열심히 준비 하면서 관객 모독이 되는 연주는 아니어야 한다는 생각에

조금씩 망설이다가 결국 기회를 놓쳤다.

 

아뿔싸!!

체력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호흡이 소리를 받쳐주지 못하게 된 것이다.

기회는 기다려 주지 않는다고 했던가!

이제 후회 해 보아야 이미 때는 늦은 것을...

 

김 정희 작

 

· ·

청계천에 봄비가 내린다.

 

춥고 힘들었던 겨울을 하루빨리 밀쳐내기라도 하듯

봄비가 하루종일 소리없이 내리고 있다.

알알이 맺힌 저 물방울은 떠나는 겨울을 아쉬워서 떠나지 못하고 있는가?

지치고 힘든 삶의 무게가 나의 어깨를 조금씩 짓누리고 있을때

나는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은 마음을 다잡고

봄비오는 청계천 이곳에 서 있다.

이곳에서 나는 또 다른 나를 만나고

또한 그 누군가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우산을 쓰고 걸어가는 저 남자는 어디를 향해 바삐 가는것일까?

안개비 속에 희미한 옛사랑을 찾아 이 청계천에 나온건 아닐까?

 

물방울속에 맷힌 영롱한 열매속에서

삶의 끊질긴 생명력과 새롭게 출발하는 희망을 본다.

꿈과 비젼 그리고 긍정의 삶의 변화로 새로운 내일을 꿈꾸고 싶다.

 

정령 잠시 머물다갈 인생이지만 새로운 내일이 우리를 기다린다.

이 안개비가 거친 후 무지개의 밝은 햇살이 있다는 것은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오늘도 살아 있음에 감사하며......

 

윤 경훈 작

 

[ 뜨거웠던 날들은 가고...]

 

화려했던 날들은 지나가고...

제 한몸 모든 이들에게

다 내어주고 만신창이가 된 벌레먹은 잎사귀,

슬프도록 아름다운 것이 햇살을 받아 더욱 그러하다.

 

푸르름에 파르르 떨던 때가 엊그제인데

어찌 이리 되었을꼬.

 

지금 이 순간! 아낌없이 나누고 위안이

되어 준 이들이 하나 둘 떠오른다.

 

윤 삼옥 작

 

출구가 보이지 않는 듯한 블랙홀 같은 삶의 미로속에서

때론 답답하고 방황할때도 많았지만

포토라는 매체를 통해 다른 관점으로

인간과 사물에 대한 애정과 관심을 갖게 되고

마음의 평안과 위로, 그리고 삶의 활기를 찾아가고 있다.

 

수많은 꼬마 전구가 모여 각자의 위치에서 어둠을 밝혀주듯이

개개인의 삶 또한 소중하고 가치가 있다는 걸 깨닫게 된다.

 

최선을 다해 사회의 일원으로서 자신의 역할을 다 할때

세상의 작은 등불같은 존재가 되지 않을까...

 

더불어 사랑을 나누며

아름답게 살 수 있게 되길 간절히 바래본다

 

이 복순 작

 

빨간불이 켜있다. 유령의집인가?

 

지반이 위태롭다.

 

자신이 꿈안에 들어와 있다는것을 인식하지 못한다.

 

현실로부터의 일탈은 마치, 흔들거리는 바닥에 서 있어야 할때와 같이

 

안정감을 잃고 불안을 느끼게 한다.

 

꿈이 흔들린다.

 

이 영희 작

 

유난히도 이쁜 선분홍색을 뽐내며

나의 발길을 잡아 세운 꽃..

꽃 이름도 모른채 너무 이뻐서 카메라 셔터를 누른 그 날...

우연은 근사한 속삭임으로 다가오고

그 속삭임은 나에게 많은 얘기를 해주네요.

저 꽃처럼 나도 화려한 날이 있었는데..

그 화려함을 뽐내며 내 인생의 멋진 설계를 세웠는데..

지금 나는 어디쯤에 와 있을까?

 

문듯.....

그날의 이야기가 내 머릿속을 스치며

나를 미소짓게 하네요.

 

이 정순 작

 

여름의 푸르름이 가을의 빨간 단풍에게 양보한다.

가을의 단풍은 그 당당함을 뽐낸다.

이젠... 나만 봐. 나의 아름다움을 노래해

 

여름의 푸르름은 우리들에게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더위의 갈증을 풀어준 아주 고마운 녀석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 푸르름을 빠른 시간안에 잊어버린다.

 

빠알간 가을 단풍의 유혹에 넘어간다.

빠알간 단풍잎은 이쁘다.

가을의 단풍에 사람들은 감탄사를 연발하고 그 화려함을 예찬한다.

그러나 단풍도 겨울이 오면 눈꽃에게 자리를 내어주어야 한다.

 

우리네 인생이 그렇다.

그럴때마다 좌절할 필요는 없다.

항상 새로운 모습으로 새로운 부활을 꿈꾸며

내 인생의 메인은.. 히로인은.. 바로 라는 것을 알고 산다면

내가 바로 일년내내 푸르른 소나무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장 상숙 작

역사가 깊은 창경궁 뜰 안... 그곳에 가을 풍경을 담고자 사진반 친구 정희와 중국 여행지에서 친해진 친구와 한 통의 전화로 번개팅으로 만났다. 그 주체는 사진이다.

 

언제 그토록 누구랑 1시간 안에 연락해서 같은 장소에 짠하고 나타날까 생각하면 놀랄 일이다. 요즈음 같이 서로를 믿지 못하고 각박해지는 현실에서 보면 새삼 웃음이 나온다. 진정 카메라란 현대인들에게 신선한 요술을 부려 지루한 일상에서 벗어나 깨알같은 즐거움을 주는 대단한 물건임에 틀림이 없다.

 

빠뜻한 시간에 바쁜 걸음을 재촉하며 창경궁 경내에 들어서니 놀랍게도 가을을 놓치지 않을 열정으로 손에 카메라를 든 분들이 더 눈에 띄지 않은가!!

 

가을 명소로 유명한 단풍나무는 아름다운 열정으로 화려했다. 샛노랗고 붉디 불은 빨간색으로 조선의 역사를 담고 있듯 빛을 내뿜고 있었다. 왕이 농정을 살피던 이곳 춘당지에서 임금이 친히 쟁기를 잡고 소를 몰며 논을 가는 시범을 보이고 풍년을 기원했던 곳을 일제가 창경궁을 파괴할 때 연못을 파서 보트를 타고 놀이를 즐기는 유원지로 만들었던 곳.. 지금은 연못 주위에 애기단풍나무로 그 아픔을 치유하듯 화려한 색색으로 가을의 정취로 마음을 흔들기에 충분했다. 입장 할 땐 같이였으나 어느 사이 따로 이곳저곳을 다니며 좋은 사진을 남기려 단풍을 탐하며 다니다 정자에 이르게 됐다. 이 관덕정은 인조시대에 지은 활을 쏘던 정자이다. 예전 임금님이 단풍의 아름다움을 읊은 시들이 전해지는 곳답게 수많은 낙엽으로 언덕을 이루고 있어 그 낙엽이 융단을 깔아 놓은 듯 탐스럽다. 그때 석양 빛이 그 떨어져 있는 잎들, 낙엽 사이로 빛이 스며들기 시작하니 놀랍게도 그 빛은 죽지 않고 누워 있던 그들에게 부활한 영혼처럼 하나 둘씩 춤을 추듯 일어나지 않는가!! 그러나 빛이 머물지 않는 곳에선 젊은 날 무수히 열정을 머금은 붉은색의 낙엽이 여전히 볼품없는 한철 지난 선풍기처럼 버려져 그립지도 않은 세월처럼 무심했다.

 

그 빛은 누구에게나 주워지지만 그 선택은 정하기에 따라 빛과 그늘로 나뉠 수 있다. 선생님께서 말씀하시던 그것 생명, 환희, 희망, 열정 바로 빛!!! 태양은 그렇게 우리들에게 한 장의 사진으로 남겨져 선택이란 숙제를 남기고 희망을 선물해주었다.

 

현 성숙 작 

 

포토테라피 나를 찾아서

 

참으로 스산한 날, 첫 출사를 나갔다.

 

언제 찍혔는지도 모르게 동료의 사진기 속에 내가 들어가 있었나보다.

사진 속의 나는 때론 낯설게 느껴진다.

 

내가 보고 있고 ,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나의 모습이 아니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진속의 는 분명 이다.

내 사진기 안에는 다른 동료의 모습이 있다.

그 역시 자신의 모습이 찍히는 줄 모르게 자신을 내어놓고 있다.

또 다른 이를 자신의 렌즈에 담아 그에게 또 다른 를 찾아주면서 ...

 

우리는 그렇게 서로를 바라보며 를 찾아가나보다.

 

 

성북구 평생교육원의 종강을 맞으며.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