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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휴 칼럼/Photo Essay

작은 카메라로 일상과 대화를 나누다.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밝음과 어둠, 빛의 색깔들, 선명과 흐림의 이중주. 이런 것들은 우리의 시선을 고정하기에 충분하다. 나는 일상을 떠나 낯선 곳으로 향한다. 어떤 의지가 나를 이 곳에 데려다 놓았을까?  생각의 대중 속에 의지라는 선동자가 주도한 결과가 아닐까.

사진은 근거를 제공한다. 책상 서랍 속의 정돈 정도가 주인을 말해준다는 책, snoop을 읽으며 결코 정리되지 않는 나를 만난 적이 있다. 사진도 역시 마찬가지다. 사진을 들여다보며 그것을 읽어내는 방법만 알면 사진 속에 담긴 이야기와 경황을  읽어낼 수 있다. 한 장의 사진 속에서 알아 낼 수 있는 것이 상황이라면, 여러 장의 사진은 그 사람의 스타일과 현재.과거.미래까지도 점칠 수 있다. 이런 시도는 사람에 대한 관심에서 비롯되며 사람이 사람에 대한 관심은 당연한 것이다.

그림자의 색이 푸르다. 부드러운 질감이 윈도우 조명을 연상시킨다. 창밖의 색온도와 노출에 맞춰져 있기에 컴퓨터의 자판의 색깔이 변질되어 있다. 핀트는 마우스에 맞춰져 있는데 노출과 색감은 외부에 맞춰져있다. 무엇하나 집중되어 있는 상황이 아니다. 어떤 것은 밖으로, 어떤 것은 내부로 고정되어 있다. 둘이 합하여 하나가 되는 부부의 관계처럼, 어울리지 않는 것들의 조합으로 조화를 만들어 냈다. 아마 같은 것들의 만남이었다면 서로를 특징짓기에 애로점을 남겼을 것이다. 

사람들은 휴식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진작 휴식이 필요한 사람은 휴식하기가 쉽지 않다. 이유는 휴식에 익숙하지 않을 뿐더러 휴식의 진정한 맛을 모르기 때문이다. 막연하게 갈망할 뿐이다. 행동에 옮기지 못하는 상상과 같다. 그러나 나는 익숙하지 않은 일상과의 만남을 시도했다. 

아침 늦게 게으름을 피우며 침실에서 뒤척였다. 아이들은 벌써 학교에 간 후였다. 코엑스에 그 동안 관심을 가졌던 올림푸스 콤펙트 카메라를 샀다. 이모저모를 들여다보며 단순기능만의 숙달로 쉽게 검토가 끝났다. 카메라는 원하는 노출 속에서 구도만 만들 수 있으면 된다는 나의 지론이 이 카메라를 구입하게 된 계기이다. 물론 서브 카메라다. 사진과 동영상만 찍을 수 있으면 된다. 재고 땡처리하는 것으로 저렴하게 구입했다. 이 사진으로도 멋진 사진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나의 믿음을 확신시키고자 함이었다. 

렌즈는 사실 단일초점이 좋다. 그런데 이카메라는 착탈이 아닌 고정식이다. 그러나 잠자고 있을때 보이는 간편함이 나의 시선을 끌었다. 찍어보니 결코 나쁘지 않다. 기동성이 있어야하고 나중에 마음에 드는 이미지는 프린트도 가능하면 된다. 또 하나의 선택은 아들이 동영상 편집에 관심을 보이고 있기에 가끔 빌려주기 위함이기도 했다. 그럼 나는 좋은 아빠인가?

참 신기하기도 하지. 사진 속에 푸른 느낌이 주차장을 통과하는 천장 조명에서 비춰지고 있었다. 보라톤과 푸른 색이 나의 마음을 표현이라도 하듯, 신비로운과 설렘으로 다가오고 있다. 나는  24층의 하늘에서 개미만한 크기로 보이는 인간들을 내리 보고 있다. 에어콘 바람이 생각으로 뜨거워지는 머릿 속을 식히곤 한다. 난 지금 새로운 생각을 기다리고 있다.  그 작은 생각이 나에게 자유를 안겨 줄 것으로 믿는다. 생각을 만나는 곳, 이 곳에서 나는 무언의 욕구를 분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