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백승휴 칼럼/Photo Essay

올림푸스 XZ-1 사용기를 위해 방배동 커피숍을 가다. MINO 커피숍.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콤펙트 카메라를 샀다. 이름은 올림푸스 XZ-1이다. 손안에 달라 붙는 맛이 일품이다. 초접사 촬영에서 아웃포커스된 부분이 자연스럽게 문드러져 거친 입자를 보이는 질감이 맘에 든다. 아날로그 느낌에 가깝다. 지인을 만나 저녁을 먹고 우연히 들어간 커피숍에서 주인과 대화를 나누며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셨다. 주변 소품들이 사진을 찍기에 좋았다. 

동전풀이라 했다. 클로즈업을 하니 연잎처럼 넓어 보였다. 같은 이파리들이 광각의 대비를 통해서 역동적으로 보인다. 적절하게 묻어난 색깔이 인간적인 느낌을 준다. 아련하게 보이는 꽃병 받침대의 문양이 공주스럽다.

그림자를 뒤집으니 치마입은 여인같다. 세상은 온전하게 바라 볼 것만은 아니다. 때로는 삐딱하게, 때로는 다른 각도로 바라보면 세상은 모두가 이야기 거리가 된다. 삶을 두배로 사는 방법이 카메라에 있다고 여러 번을 말해도 과하지 않다.


금붕어가 노는 것만 같다. 동전풀의 크기가 작게만 느껴진다. 유리잔에 물을 채우고 꽃잎을 띄웠다. 색깔의 대비가 어울어져 서로가 대화를 나누고 있는 듯했다. 얕은 심도와 광각의 왜곡이 새로운 공간을 느끼게 해준다. 초접사가 주는 시각은 낯선 세상을 만나게 하곤 한다. 늘 보는 것들이 눈보다도 다른 화각은 다른 시각을 선사하곤 한다.

손님을 기다리는 커피잔들이 한가해 보인다. 에스프레소와 아메리카노를 담을 잔이 정겹게 뒤엉켜 있다. 언제 든 명령만 내리면 전투태세에 돌입할 수 있는 듯, 머신이 위용을 떨치고 있다. 

에스프레소 잔이 클로즈업을 통해서 거대해 보인다. 암갈색이 진한 커피향을 느끼게 한다. 

커피숍의 이름이 MINO이다. 여주인의 이름이라 했다. 남편이 퇴근을 해서 함께 하며  커피 볶는 일을 한단다. 다정하게 웃음짓는 내외의 모습은 아름다움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커피숍 내부는 연인이나 친구와 함께 다정다감한 이야기를 나누기에 안성맞춤인 곳이다. 방배역 1번출구에서 걸어가다가 닭갈비집에서 좌회전해서 들어가면 된다. 남편이 볶고, 아내가 따라주는 커피맛에는 부부의 깨소금 맛이 곁들여져 있다. 

여주인은 공주인가 보다. 레이스원단으로 만든 받침대와 메모판이 눈에 띄었다. 내 카메라에 대한 관심은 커피숍에서 만난 모든 것들이 신기하게 다가왔다. 성당에 다닌다며 세례명을 먼저 말하며 다가오는 부부의 정감어린 표정이 아직도 눈가에 선하다.  참고로 나는 시몬이다.

아직 익숙하지 않은 카메라가 커피나 홀짝이다 나올 커피숍에서 주인과의 대화를 장을 열게 해준 중계자였다. 카메라는  사람과 사람 사이를 친근하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