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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관련/백작가의 '작가만들기'교실

의도, 그리고 진정한 의도란 무엇을 창조하는가?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사진이 매려적인 이유 중의 하나는 이런 것이다. 같은 상황에서도 서로의 시선이 다르다는 것. 사진을 찍는 것은 거기에 내가 있음으로 사진을 찍는다는 심오하면서도 당연한 사실. 그냥 찍는 걸로 오인되기도 하지만 그것을 찍는 것은 그 사람의 마음이 그곳을 지향하는, 그 곳에 있기에 찍히는 것이다. 그래서 그것이 바로 찍는 사람마다 다른 이유다. 그 사람의 경험, 성격, 관심사항이나 그렇게 된 다양한 이유까지도 그 의미를 설명하곤 한다.

*들이대 정신의 신평호작가와 섬세함으로 소심함을 표현한 윤현규작가.

우측의 사진은 뒷모습을 찍었다. 몰래 카메라처럼 모르게 찍은 것이다. '들이대' 정신으로 그 앞에서 셔터를 눌러대자 모델이 손사래를 친다. 앞에서 촬영한 사진에 색온도를 달리하여 푸른 느낌을 추가했더라면 상황은 더욱 삭막하게 비춰졌을 것이다. 그러나 따스한 색감이 그리 험상굳은 느낌으로까지 만들어내지 않았다. 다시 뒷모습이야기를 말해보자. 뒷모습은 앞모습에 보여지는 것보다도 많은 의미를 갖고 있다. 고개를 숙이고 앉아서 일을 하는 아낙의 뒷모습이 왠지 고독이라는 단어가 떠오르는 이유가 색감이라고 하면 납득될까, 아니면 바디랭귀지? 둘다 맛다. 사진의 완성은 의도가 찰나의 과정을 거쳐 완성되는 결실이라고 말하지만 그 의미의 전달에는 수 많은 변수가 따른다. 

의도란 계획하는 것이다. 물론 약간의 의도와 나머지는 직관, 감각, 그리고 촉으로 완성해낸다. 그런 것들이 합해지면서 또 다른 느낌을 뽑아 내는데 그것이 사진찍기의 묘미다. 손사래를 치는 아낙의 모습을 촬영한 작가는 과연 이것을 의도한 것일까? 갑자기  변심한 그녀의 모습이랄까? 변심은 아니다. 충분히 가능할 수 있는 경우의 수에 걸려든 것이다. 일을 하는 사람 앞에 찰칵거리는 소리는 왠지 기분나쁜 자극일 것이다.  

사진은 보여주는 것만이 더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숨기거나 불확실한 것에서 더 많은 것들을 예측할 수 있으며, 그것이 현존하든 아니든 우리는 예측 속에서도 다양성을 발견하곤 한다. 실존과 허상, 사진이라는 종이조각 자체도 그렇게 무수한 오해를 구성해낼 수 있다. 이렇게 우리의 상상의 나래를 무에서 유를 극명하게 드러내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나는 그런 창작적 조건에 내재된 의미를 숨바꼭질한다. 의도와 해석, 그 괴리감이 혼돈을 만들고, 그것이 정돈으로 가는 것이라는 위안에 빠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