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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관련/백작가의 '작가만들기'교실

페이스 북 모델만들기 프로젝트,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선생이 학생을 가르치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다. 스스로 해보게 하는 방법이 있고,  또 하나는 직접 하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있다. 내가 자주 쓰는 방법은 스스로 하도록 독려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같은 방법만 쓰면 학생들이 실증을 느끼고 관심에서 멀어져 간다. 그런 상황에서는 다른 접근방법이 필요하다. 익숙함이란 항상 권태를 불러오기 마련이다. 그래서 이번 방법은 선생이 직접 진행하는 현장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었다. 

그럼 어떤 방법이 있을까? 멋진 모델, 잘 아는 사람? 그런 사람은 현장에서의 생동감이 떨어진다. 내가 한번도 촬영하지 않은 사람을 모델로 택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러기에 좋은 것이 있었다. 이번에 안 일이지만 SNS을 활용하는 것이었다. 페이스 북 친구들에게 모델을 권유했다. 그리고 그들을 촬영장에서 만났다. 처음 만나 모델의 컨셉을 정하고 그들과 소통하며 촬영해가는 과정을 숨김없이 털어놓았다. 내 생각으로는 성공적이었다고 본다. 가끔은 이런 방식도 좋을 듯하다. 그러나 자주 쓰면 이 방법도 안 먹힌다. 교육은 검증되지 않은 방법도 학생들에게 의외의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어느 구름에 비 내릴 지는 아무도 모른다.

수 많은 컷을 찍으며 공감했기를, raw 포멧으로 찍은 원본전체를 올려주며 데이터를 확인하면서 그날의 감각을 더듬기를 바랬다. 찍는 나는 찍으며 즐거웠고, 현장에 참여한 사진가들은 선생의 모델 소통법과 컨셉 제조법, 그리고 상황에 맞는 빛과 백그라운드와의 관계설정을 경험했으리라 본다. 그리고 메이크업 아티스트는 참여하며 자신의 작품이 어떻게 완성되어 가는지를 음미했을 것이고, 모델들은 자신이 변화되는 과정에서 희열과 새로운 경험에 빠졌을 것이다. 뭐  하나 버릴 수 없는 그날의 시간 속으로 들어가 보자. 

영화출연과 모델활동을 겸하고 있는 시니어 모델이다. 성공한 ceo 컨셉으로 촬영을 시도했다. 우측에서 다가오는 미래에 대한 비전을, 뒤에 보이는 넓은 그림자는 삶에 대한 회상을 담았다. 벽에 걸린 유명배우들의 이미지는 컨셉 속의 바램이 아니라, 현실속 그의 꿈이었다. 넓은 의자는 자신이 할 수 있는 다양한 롤들에 대한 의미를 담고 있다. 그의 연기자로서의 삶은 이제부터다. 미래는 생각에 의해서 완성되어진다.

페친이다. 그의 대문사진을 들어다 봤을때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있었다. 이유가 뭘까? 그것은 사진찍기에 익숙치 않음이었을 것이라는 추측이 촬영 당일 여실히 드러났다. 다양한 컨셉제안을 스스로해가며 즐거워했다. 나중에 느낀점을 말하는 그의 말속에는 충분히 새로운 경험이었다고 실토했다. 분명 그는 그에게 그런 경험의 기회가 제공되지 않았음을 무의식적으로 감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바쁜 전문인, 항상 적극적으로 살아왔던 그 모습이 사진을 찍던 현장에서도 들어났다. 적극적이지 않으면 스스로를 꾸짖던 그의 삶.

하이키에 어둠을 넣은 이유는 그의 기억을 그려넣기 위함이었다. 그보다 더 강력한 그림자의 환영은 그의 지금보다 더 활력있는 삶을 예고하고 있다.

칠판 구석으로 넘어오는 뿌연 빛이 그를 말해준다. 마른 표정과 두꺼운 물감, 그리고 칠판에 그려진 그림과 글이 그의 생각을 담은 듯 암시하고 있다. 뭔가 숨겨 놓은 그늘의 뒷편과 꽉다문 입술이 닮았다. 신비, 그것에는 작가의 생각들이 매달려 있다. 생각을 끄집어내기위한 그의 투쟁은 계속되어진다. 혹여나 이 사진에 보여진 그는 창가에 서서 그림을 그리려한 화가의 자화상은 아닐까? 

살짝  열린 문틈사이로 호기심이 다리를 밀어 넣는다. 190cm키와 넓은 어깨를 한 남성이 의심스런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다. 그는 아직도 삶에 대한 도전중이고 그 과정과 싸우고 있다. 방어하지 않고 여유로운 자태로 세상과 조우하길 갈망하는 눈빛도 역력하다. 역광으로 번지듯 들어오는 자연광이 모델의 등까지 넘어들고 있다. 형광등의 불빛이 어둠을 채워주고 있다. 그것이 모델의 시각적 존재를 가능하게 한 원인이다. 문에 그려진 문양만큼이나 가장자리로 침범하고 있는 나무 줄기가 전체 구성에 리듬을 더해주고 있다.

살짝 비쳐보이는 푸른 빛은 응달에서 들어오는 햇빛이 아닐까하는 의문을 가질 것이다. 맞다. 해는 기울어 반대편으로 넘어간 지금, 모델의 반항을 신비로 포장하며 맑은 눈빛과 가지런한 콧선 그리고 여성적인 입술을 하나 하나 놓치지 않고 그려냈다. 완전한 윈도우조명이다. 스트로보광은 흔적도 없다. 창가의 어두운 곳에 세우고, 모델의 포인트를 찾아내기에 혈안하고 있었다. 나의 레이더는 어느 지점에서 멈춰섰다. 그리곤 찰칵, 찰칵, 찰칵!

자주 봤던 모델이다. 중성적이라는 말을 나도 모르게 내뱉었던 첫 수업, 그녀는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 들였다. 수줍은 듯 힘을 잃은 그녀의 목소리가 이제는 감성적인 음감으로 변화될 것으로 기대해 본다. 매력적인 눈빛과 나약해 보일 수 있는 이미지에 힘을 불어 넣기위해 강한 하이라이트 조명을 배치했다. 창가로 들어오는 빛은 키라이트 뒤에서 그 강렬함의 독주를 제어하며, 카메라 뒷편에 넓은 조명을 필라이트로 배치시켰다. 눈빛을 바라보노라면 익숙한 그녀가 아닌 낯선 눈빛이 카메라 앞에 서있다.

인테리어로 꾸며 놓은 대문이 눈이 띈다. 그 앞에 세웠다가 다시 매달리는 포즈를 요구했다. 작가의 모델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접점을 마나는 방법은 고통스럽기까지 한다. 검정 치마에 바람이 넣었다. 치마속에 감춰졌던 허벅지가 수줍은 듯 고개를 내밀고 있다. 큰 눈동자 안에는 스텝들의 긴장된 눈빛까지도 담겨있다. 넓은 키라이트가 부드럽게 모델의 몸을 넘어간다. 뒷편에 그려진 질감까지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손으로 만지면 묻어날 듯 선명하다.

사진만 찍고 던져준 데이터를 멋지게 리터칭해 준 김영모반장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체험이란 자신의 몸이 그것을 느끼는 것이다. 모델을 찾고 그것을 찍는 연습은 현실에서 매력적인 피사체를 만날 수 있는 준비하는 과정이다. 그것은 스스로 해야 내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