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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휴 칼럼/Photo Essay

2013년 가을, 중앙대 아카데미 올림픽공원 인물사진 특강.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가을이 좋고, 사진이 좋고, 사람이 좋아서 나는 행복하다.   

천고마비, 비가 온다는 하늘은 구름은 끼었지만 말똥 말똥하다. 중앙대 아카데미 특강 실습으로 인물사진찍기를 위해 올림픽공원으로 나갔다. 몸살이 내 몸에서 기승을 부리고 있지만 걱정하지 않고, 약도 먹지 않은채.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는 동안은 나를 나 자신이 지켜준다는 신념때문이었다. 지금까지 그 신념은 종교적 확신처럼 탁탁 들어 맞으며 나를 지켜줬다. 오늘도 그랬다. 

모델이 있으면 숨고르기도 하기전에 카메라를 들이대는 것은 안좋은 습관이라고 나는 말한다. 모델에게도 소통이라는 것이 필요하고 서서히 가까워져야 하거늘, 그냥 들이대는 것은 누드모델을 만나자 마자 옷을 벗으라는 것이나 같다. 물론 누드모델은 사진을 찍는 사람에게는 그것이 목적일 수 있다. 그러나 누드모델촬영에는 룰이 있다. 자연스럽게, 단계를 밟아야 한다는 룰. "모델, 아주 멋져요, 본인이 잘하는 포즈한번 취해 볼래요, 아주 좋아요." 그리고 그 다음이 자신이 수정해 가야하는 포즈를 주문하는 것이 기본이다. 그리고 모델이 취해주는 포즈만 취하는 수동적인 촬영은 아니란 생각, 자기주도적인 촬영법이 자기만의 사진을 만들어낼 수 있다.

구름 속에 묻힌 태양이나 그늘에서 포즈를 취한 모델을 촬영할 때는 또 다른 키라잇이 필요하다. 그때는 항상 반사판이 필요하다. 그러나 그가 가진 성향을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 모델과의 소통처럼. 은빛과 그냥 흰색의 반사판에 대어보여주면서 이야기를 나눴다. "그 느낌 아니깐"처럼, 그 느낌을 알아야 나중에라도 그것을 활용할수 있기 때문이다. 난 사실 이렇게 친절한 선생은 아니다. 아니 싫다. 불편하게 하는 선생이 학생들에게는 약이다.

공교롭게 여성들만 모여있는 곳에서 강의를 한 듯한 느낌을 주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 구성되었을 뿐이다. 사진을 찍으라고 조교에게 카메라를 줬더니만 그의 시선에는 여성들만이 들어왔나보다. 순전 그의 취향일 뿐이다. ㅋㅋ. 내가 너무 오버한 멘트인가? 사실 이날의 여성들은 매력적인 분들로 구성되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나도 놀랐다. 활률상으로 높은 비중을 봤을때 입을 꼭 다문 모습에서 강의에 대한 신뢰와 배운 걸 바로 해봐야 겠다는 의지가 보인다. 강한 햇살도 아닌데 선글라스를 쓴 이유는 두가지다.  나의 내면을 보이지 않으면서 상대를 읽겠다는 심보와 자기만의 패션감각을 선보이며 타인의 시선을 받고싶은 여자의 마음이다라고. 아니면 말고.

다양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사람들, 그 와중에 사무실 업무를 보는 사장님도 계시다. 세상은 다양한 사람들의 합집합이기에 더욱 좋다.  이 사진에는 왠지 모델이 굴림하고 있는 느낌이 든다. 아무튼 모델과 사진가는 렌즈의 작은 구멍을 사이에 두고 둘만의 사랑을 나누고 있는 것만큼은 사실이다. '둘 사이에 거리를 두라. 그래서 그 사이에서 하늘바람이 춤을 추게 하라."는 철학가의 말이 떠오른다. 그것은 사진을 찍는 사람만이 아닌 만인에게 필요한 실천철학이다.  

마지막으로 기념촬영을 대신한 컷이다. 기념촬영은 뻔히 카메라를 바라보는 것이 아니란 것을 보여주기 위해 촬영한 사진이다. 기념이란 이날 이곳에 있었다는 기념비적인 촬영이 아니던가? 그렇다면 그날 내가 그곳에서 모델을 찍고 있는 나라는 것을 검증하는 사진으로는 딱이다. 그렇지 않은 사람은 물구나무서서 막걸리 한잔 마시고 반론하길 바란다.


2013년 가을, 중앙대 아카데미 올림픽공원 인물사진 특강.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