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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휴 칼럼/Photo Essay

남도, 여수에서 송구영신하다.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여행은 준비과정부터 설레게한다. 낯선 것에 대한 기대에서이다. 특히 가족과 함께 떠나는 여행은 더욱 그렇다. 예전에는 여러가족이 모여서 가는 것이 정상적이었고, 또한 그것을 즐겼다. 언제부터인지 사춘기가 접어든 아이들과 떠나는 여행은 대화의 물꼬를 트는 계기라는 점에서 매력을 느끼게 되었다. 우리 가족끼리의 시간, 우리들만의 이야기 그리고 추억, 이런 것들이 사진에 담겨지면 이만저만 알찐게 아니다. 그래서 우리가족은 넷이서 자주 떠난다. 아니, 사실은 가끔이다.

여수하면 오동도라, 그곳부터 들렀다. 삼각대를 받쳐놓고 포즈를 취했다. 초입의 벽에 쓰인 글자와 그림들이 예사롭지 않다. 사진을 찍은 다음에 레터링을 한 것처럼 잘 어우러져있다. 아내의 생일축하를 겸한 여행이어서인지 더욱 즐거워한다. 각자의 스타일들이 그대로 담겨진 사진이다. 아내는 마냥 즐겁고 싶고, 아들의 폼생폼사, 딸의 장난스러움과 나의 사진에 대한 진지함이 그것이다.

여수엘 오기전에 아들 딸에게 여행일정을 챙기라고 했다. 인터넷이나 블로그에서 조사하여 먹거리와 놀거리를 준비하라고 했는데 뺀질거리더니 몇가지만 이야기하고 서류로 확실하게 준비한게 없었다. 내가 준비한 정보를 가지고 첫날 점심을 먹기위해 수산시장으로 왔다. 삼각대를 가져오지 않았다면 항상 내가 빠진 가족들의 들뜬 모습만을 담았을텐데 이 사진이 처음이자 마지막의 세명만 찍기의 증거물이다. 힘차게 뻗어내린 햇살이 여수의 기질을 보여주는 듯하다.

정박한 배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다. 뒷편으로는 돌산대교가 보인다. 얼마 안되어 그곳을 지나갈 것이라는 예견처럼 보인다. 돌산 갓김치가 길가에서 간판을 붙여놓고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수로처럼 좁게 난 물길이 낭만적으로 보인다.

백반집의 추천으로 왔으나 음식들이 차가워 나를 빼고 가족들은 심드렁이다. 아내의 미역국은 먹을 수 있었으나 생일이었기에 망정이지 깽판을 죽였을 가능성이 컸다. 여름에 먹었던 블로거의 추천이었나보다. 겨울이어서 찬음식들이 부담스러웠다.

언제 준비했는지 여행 출발전 아내는 우리에게 커플티를 입혔다. 목이 덮히고 모자까지 달린 두꺼운 의상은 부담스러웠지만 성의를 생각해서 입고 댕겼다. 문제는 이 의상은 혼자 입기는 춥고 거기에 잠바를 입기에는 퉁했기때문이다. 의상 통일이라는 공동체의식은 어디를 가든 다정한 커플들이 즐겨입는 패션코드이다. 오동도에는 집에다가 뻥치고 밀월여행온 대학생으로 보이는 젊은 커플들이 자주 보였다. 그들을 길을 가다가도 바라보기만 하면 뽀뽀하며 18금을 자행하고 있었다.

오동도의 숲속길이다. 말끔하게 정리된 자연 풍광속에 사람을 집어 넣는 나만의 습관적 사진찍기는 계속되었다. 자연만을 바라보는 것에 익숙치 않는 나는 항상 움직이는 그 무언가를 집어넣어야 편안하다. 자연의 일부인 사람이 들어간다는 것은 화룡정점처럼 그 완성의 마무리인 것이다.

자연에 사람이 들어가지 않으면 그에 버금가는 존재자를 넣는다. 그것은 색깔을 가진 빛이 최고다. 나는 그렇게 사람의 빈 자리에 의인화 기법을 활용하여 '그것'이 아닌 '그'를 넣곤 한다. 시시각각으로 변화되는 자연의 현장은 항상 스펙터클한 그 무엇이 있다.

아내와 딸이 싸우기만 했는데 이곳에서는 급친해졌다. 딸은 엄마의 친구라는 뜻이 새록 다가왔다. 엄마의 기댈곳을 만들어준 딸아이의 연약한 어깨는 살갑기 그지없다. 석양이 드리워진 동백나무아래 모녀의 사랑이 넘실거린다. 부모는 자식을 지켜보고 기다리는 것이 최고라는 정답을 알면서도 참견하지 않으면 부모의 도리에 어긋나고, 아이가 홀로 설 수 없음을 불안해하는 것은 부모로서의 자신감 결여는 아닐까하는 생각을 해본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만났을때 그것으로 인해 바뀔 삶의 태도는 미래를 더욱 밝고 가깝게 한다. 그래서 그것을 찾도록 곁에서 바라보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여수 브린츠호텔의 넓디 넓은 vip 룸에 짐을 풀고, 아내를 위한 파티를 시작했다. 딸은 미리 선물을 주었고, 나는 금일봉을, 그리고 아들은 자신의 머리 모양을 하트로 해서 선물을 대신하는 뻔뻔함을 보였다. 사실 아내에게 아들은 삶의 힘겨움을 기대는 사막의 오아시스요, 체했을때 활명수같은 존재이었기에 이정도로도 용서가 된다. 내가 그랬다면 재털이가 날라왔을 것이다. 

서로에게 기념이 되고, 함께 하여 추억이 되는 여행은 삶과 많이 닮았다. 따로 떼어 놓을 수 없는 것이 우리의 삶 자체가 여행이기때문이리라. 여수에서 2013년의 마지막과 2014년의 시작을 시작할 수 있음을 축복으로 생각한다.


남도, 여수에서 송구영신하다.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