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 무조건 즐거울 거란 착각을 사람들은 가끔 한다. 그러나 밋밋한 여행도 많다. 잔잔함 속에서 느끼는 것도 나쁘진 않지만, 뭔가 에너지를 소비하면서 희열을 느끼는 경우는 더 괜찮다. 그런데 사진을 찍으며 즐기는 일은 그 기억을 담아 놓는다. 언제든지 꺼내어 그때로 돌아가기에 좋다.
나는 여행이든 파티든 사진찍기를 제안하고 진행한다. 그런데 한번 경험한 사람들은 잘 따른다. 이처럼 단합하고 즐거워하는 일도 드물다. 10명이상의 여행은 저녁이면 방안에서 윷놀이나 고스톱을 하는 등을 하지만 바닷가처럼 확트인 곳이나 하늘 그리고 파도가 있는 곳에서 고함치며 놀기에는 사진찍기 만한게 없다. 나는 그렇게 장담한다.
기념촬영이다. 적극적으로 자신을 어필하지 않으면 사진에 나오지 않는다. 약간은 복불복스럽기도 하다. 뻔하게 일렬로 세워놓고 웃으라, 포즈를 취하라고 하면 사람들은 어색해 한다. 뛰어 들며, 덤벼들며 사진을 찍으며 소리를 지르면 자신만의 표정이 자연스럽게 나온다.
함께 뛴다. 카메라도 함께 간다. 패닝도 아니다. 그냥 함께 뛰는 것이다. 같이 뛰면서 독려한다. 그럼 그들은 미친다.
우연의 일치처럼 공중부양이 되어 버렸다. 점프한 사진이 절대 아니다. 그냥 뛰어가고 있는 것이다. 얼마나 즐거운지를 반증하고 있다. 저 멀리 주문진의 바닷가 파도들의 추억들도 우리들의 기억 속에는 춤을 출 것이다.
템포가 엇갈려서 넘어지는 장면이다. 의도적으로 연출하더라도 그렇게 되지 않을 것이다. 인간은 남이 잘되는 꼴은 못본다. 이런 장면은 흥겨워하기에 딱이다. 남의 불행을 즐긴다면 이 장면이 곧바로 바닷물로 빠져들어가는 것도 좋다. 특히 겨울바다에는 더욱 꼴보기 좋다. ㅋㅋ. 내가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난 이들이 넘어지기 직전 가슴이 많이 아팠다. 나는 파인더에 얼굴을 쳐박고 얼마나 킥킥 거렸던지 지금도 침이 흐른다.
영화의 한 장면을 연출한 것이다. 폭파씬이다. 폭탄이 폭팔하기 직전이면 배우들은 으레 이런식으로 뛰어 내린다. 그리고 끝까지 살아남는다. 이렇게 명장면을 만들어 진다. 아마 지금 뛰어내리는 이 순간 이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사람들은 노는 것을 즐긴다. 본능이다. 그러나 그 기억은 서서히 기억 속으로 사라진다. 그러나 사진을 남긴다는 것은 기억의 바구니에 담아 놓는 것이다. 언제든 그것을 바라보는 순간 그 장소, 그때로 데려다 준다. 하이데거가 이걸 예견하고 '존재와 시간'이라는 이름을 붙였는지도 모르겠다. 사진은 놀이이자 사람에게 즐거운 일들을 만들어 내는 수단이다. 그것이 내가 사진을 좋아하는 이유이다.
사진은 놀이다. 여행지에서 즐기는 법.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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