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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Therapy

회상으로써의 사진찍기, 채은미.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나는 방앗간집 셋째딸로 통했다. 항상 분주한 부모님의 일상 속에서 풍요로운 삶을 살았던 그 시절이 떠 오른다. (중략)...     어느새 5학년의 나이가 되어 너무 허망해하는 내게 신이 건네주는 미소같은 화사한 아침햇살과 함께 나의 고향같은 포근한 모습이 이야기 하는 것 같았습니다. 괜찮습니다."

두장의 사진은 채은미에게 행복한 어린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여행은 사람을 새로운 세상으로 인도한다. 허벅지까지 빠지는 눈을 헤치고 만났던 크리스마스의 환영, 그것은 방앗간집 세쨋딸을 다시 만나는 계기를 만들었다. 부모님의 분주함을 풍요로움으로 떠올리고, 그 시절의 추억속에서 행복의 미소를 짓는다. 

채은미에게 예배당은 상징적 평화를 준다. 부모님의 종교는 불교, 절에 따라다녔지만 주변에 울려퍼졌던 종소리는 지금도 그의 귓가에 맵돈다 했다. 철새들이 노닐던 동네어귀에 나무들하며, 아련하게 보이는 추억처럼 멀리에서 그 흔적을 살짝 비춰주는 십자가가 그것이었다. 어린시절의 평온함이 그녀의 얼굴에도 담겨있다. 크지는 않지만 환하게 웃는 웃음, 야무지게 다문 입술 그녀의 어린시절을 유추해 보기에 충분하다. 그녀는 추억 속에 잠긴 현재를 즐기고 있다. 

발표를 준비하면서 시골 동생에게 찍어 올리라던 아버지가 떠난 방앗간 사진, 초등학교 졸업식장의 사진에서 현재를 발견할 수 있는 이미지를 발표하면서 야무지게 던진 한마디, '여러분에게 추억은 무엇입니까?'.  그것은 자기확신에서 오는 물음이었을 것이다. 

눈물을 닦는 발표자의 모습을 보며 나는 그것을 즐기고 있었다. 카타르시스, 한번 짜내고 나면 개운한 그 기분을 사진으로 맛볼 수 있다는 것을 간증이라고 하듯 보여진 이 상황은 나에겐 '땡큐!'일 수밖에 없었다. 사진이 이정도다... 내가 개설한 포토테라피, 놀자반의 취지에 맞게 진행되고 있었던 것이다. 이 장면은 동료들과 떠나 3박 4일의 제주도 여행 후, 강남구청 갤러리에서 전시 오픈하는 날 공개강좌에서 작가 '5분 스피치'를 하던 날에 벌어진 일들이다.

발표하는 과정에서 채은미는 눈물을 훔치고 있다. 행복했던 과거를 기억하며, 50대 여인들이 느끼는 현재의 나를 생각하며 울컥했던 것이다. 현재의 나, 무엇이 그렇게 힘겹게 하는 것일까? 그것은 주변상황이 아니라 나 자신과의 싸움인 것이다. 삶으로의 나, 남도 아닌 나, 모든 생각의 중심에 서 있는 나인 것이다. 나를 떠올리는 계기가 사진이었다. 


"채은미여!

지금 그대는 ‘회상으로의 사진’을 즐기고 있습니다."

설명하기에 좋은 사진 몇장을 넣어서, 가령 방앗간이 있는 풍경이나 시골 예배당의 풍경도 좋다. 이야기는 과거의 평온 속으로 빠지기에 좋은 이야기로 시작하면 된다. 또한 어린 시절의 사진을 인용해도 좋다. 방앗간이든 교회든 채은미씨가 스피치하는 동안 사람들은 자기만의 어린시절로 빠져 들어갈 것이다.

당연히 지금 채은미는 행복할 수밖에 없습니다. 사진이라는 매체가 그녀를 행복한 어린 시절로 인도하기 때문이다. 발표시간, 100여명의 청중들의 감탄을 제일 많이 받았던 이 발표의 원인은 추억으로 빠져버렸던 각자에게서 나온 탄성이었다. 사진이라는 이미지는 한번 보자마자 그 속에서 빠져나갈 수밖에 없도록 만든다. 사진이 심리적인 이유이다.


회상으로써의 사진찍기, 채은미.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