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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휴 칼럼/Photo Essay

설렘으로 떠나는 기차여행, 느린 무궁화를 타다.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기차는 추억이자 여유, 그리고 자유다. 창가에 커피잔을 놓을 수 있는 안정감은 여유이고, 계란에 사이다를 먹는 기억을 갖는 것은 추억이다. 그리고 차창밖을 지나는 공기를 느끼는 것은 자유를 꿈꾸는 것이다. 나의 고향은 대천이다. 방학이면 친척집 방문할때면 항상 비둘기호를 타고 긴 여행을 하곤 했다. 그 당시 무궁화는 날쌘돌이였다. 지금은 격세지감을 느낄 정도로 이제는 지나가는 새마을과 ktx를 먼저 보내야하는 처지가 되어 버렸다. 나는 느림을 즐긴다. 나에게 기차는 순간이동의 수단이다. 아이폰에 연결된 맥북이 인터넷을 하고, 찍은 사진을 바로 보정하여 SNS에 올린다. 가방 안에는 노트북과 카메라, 그리고 읽을 책을 가지고 떠나면 여행준비 완료이자 하나의 사무 공간이 된다.

창문에 들어오는 햇살이 눈부시다. 살짝 커텐으로 빛을 가린다. 아늑한 느낌과 살짝씩 들어오는 밖의 풍광을 만끽하기에 좋다. 창가에 커피잔이 나의 마음을  대변하고 있다. 여유로운 커피 한잔과 생각이 교차하는 기차 안은 나에게 자유로운 영혼과의 만남의 장을 마련해준다. 커피잔에 새겨진 글씨가 기차안임을 말해주고 있다. 즐비한 도심의 커피숍과는 다른 질감을 선사한다.

아침 7시, 서울역에서 구미행 기차에 올랐다. 분주하게 움직이는 사람들의 뒷모습과 탑승객을 기다리는 승무원의 밝은 미소가 보인다. 길어서 기차인가, 꼬리에 꼬리를 문 차량의 행렬이 긴 여행시간을 예견하고 있다. 더 느리게 긴 여행을 바라는 마음으로 무궁화표를 끊었는데, 3시간 반가랑이 걸린다는 승차표의 정보가 약간의 아쉬움을 줬다. 각별하게 지내던 사진가의 전시장을 가는 여행이다. 

우리는 항상 다른 상황과 직면한다. 기차에 오르는 여행객의 뒷모습에서 설레는 마음을 엿볼 수 있었다. 아침의 신선한 공기가 폐를 자극하며 발길을 재촉하고 있었다. 아침은 시작이며, 새로움을 전해주기에 나는 아침을 좋아하는 아침형인간이다.

친구로 보이는 아가씨들이 화들짝이다. 내 앞 자석에 앉아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연신 즐겁다. 깔깔깔, 호호호! 어떠한 의성어로도 전부 표현하지 못한 그들의 관계는 기차여행을 통해서 더욱 밀착되어지는 느낌이었다. 해맑은 미소, 경쾌한 목소리가 나에게 좋은 기운을 선사하고 있었다. 

여행객의 얼굴에는 기차여행을 마치고, 목적지에 도착했다. 노트북과 핸드폰으로 진지했던 젊은이도 이젠  떠나간다. 한번 만나는 인연의 소중함을 알지만, 이렇게 스쳐지나가는 사람은 아마도 다시 보지 못할 사람들이란 생각에 한컷 찍었다. 정말 인연이 묘하게 어디선가 다시 만나면 이 얼굴을 기억할 수 있을까?

사람은 한곳에서 마냥 살아갈 수는 없다. 다양한 경험을 하고, 많은 사람을 만난다. 그러나 우리는 항상 그것에 익숙해진다. 물론 시간이 필요하고 힘겨운 일들에 봉착할 수도 있지만 세상을 살아가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아니 그렇게 생각하련다. 힘겨움도 내일의 흥겨움으로 포장하며 살려한다. 지금 이 순간 다른 사람과의 만남도 기쁨으로 생각하는 나는 긍정적 비전을 가진 남자.

다음달 5월 중순경, 기차로 떠나는 여행을 기획중이다. 포토테라피반 멤버들과 코레일 패스를 이용하여 대한민국을 3일간 여행하며 사진도 찍고 이야기도 나누는 즐거운 여행을 준비중에 있다. 

설렘으로 떠나는 기차여행, 느린 무궁화를 타다.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