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렌체, 베네치아, 로마를 두루 거치는 일정이다. 르네상스인들의 발자취를 찾아서 성당에서, 때로는 미술관으로 향할 것이다. 조토, 도나텔로, 그리고 라파엘로를 비롯하여 예술가들의 고뇌 속에 잠겼던 존재자의 존재를 불러들일 것이다. 객관적 시선의 사진찍기는 지양할 것이며, 보이지 않은 존재의 근원을 파헤치기 위해 시공을 넘나드는 일루전 촬영을 할 것이다. 거리의 한산함 속에서도 예술가의 발걸음 소리를 들을 것이며, 지나가는 사람들의 얼굴과 성당 안으로 들어오는 빛의 방향과 질감 그리고 색감 속에서도 은폐된 존재를 향한 열정은 사그라지지 않을 것이다. 나의 카메라는 익숙함 속에서도 낯선 존재들의 속삭임에 귀 기우릴 것이다."
이런 다짐으로 과거로의 여행은 시작되었다. 인천공항을 출발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어둠이 밀려왔다. 밤하늘을 더듬어 찾아간 밀라노는 다시 밤의 얼굴로 우리를 맞았다. 시간여행이라는 여정이란 이런 신비감을 안겨준다는 믿음이 뇌리를 떠나지 않았다.
아침은 밀라노 도우모 성당으로 찾아왔다. 어둠 속의 빛처럼, 신비의 파랑이 성당 뒷면으로 부터 한줄기 빛을 비추고 있었다. 500년이라는 건축기간, 고딕양식의 웅장한 아우라가 사람의 마음을 겸손하게 만들었다. 이름모를 조각가들이 만들어 놓은 3000개도 넘는 조각상들이 벽면에, 그리고 성당의 꼭대기에 있었다. 신을 향한 절대적 믿음은 하늘 가까운 곳에 놓여져야 한다는 믿음때문이었다. 마음만이 아니라 물리적으로 가까이 하고자 했던 욕망이 나타나 있었다. 하늘향에 뻗어 올린 총총한 탑들이 온통 하늘을 숭배하는 마음뿐임을 알 수 있었다.
인간의 욕망은 마음에 머무르지 않고 외형으로 보여주고자 한다. 과시 본능. 웅장하고 화려한 성당도 신앙에 대한 인간의 과시 본능은 아닐까? 뽀족하게 하늘향한 탑들에 비춰진 따스한 햇살이 인간의 행위를 쓰다듬어주는 듯하다. 양면과 괴리, 이 들의 이중주는 리듬을 타며 인간의 감정을 어루만진다. 그 과정에서 순간 순간씩 느끼는 것이 진정한 행복이 아닐런지...
밀라노 도우모 성당의 파사드다. 성당의 정면을 한장의 도와지처럼 느껴졌다. 성당을 들어서려던 순간, 벽명에 빛의 향연이 시작되었다. 건축가와 조각가, 그리고 화가의 손길이 느껴졌다. 완성된 결과물에서 지금도 예술가의 손길이 끝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예술은 융합의 결실임을 가르치고 있었다.
성당 내부로 들어섰다. 웅장한 모습이 눈앞에 다가왔다. 외부의 빛이 통과한 스테인드그라스는 환희를, 종교적 믿음으로 한번 더 인간의 마음을 환희스럽게 만들었다. 뽀족하게 하늘향해 치솟은 탑들은 신을 향한 순종을, 내부에 만들어진 건축양식은 인간의 내면을 평온하게 만들었다.
찬란함이란 단순히 태양이 대지를 비추는 것만으로는 만들어질 수 없음을 알았다. 맑은 햇살이 반사되어 만들어낸 영롱한 빛의 움직임은 나의 눈을 호강시켜 주고 있었다. 오감이 행복으로가는 진입로라면 보여지는 것이 얼마나 강력하게 감정을 움직이는지 알 수 있었다. 아, 찬란함이여!
어둠을 타고 밀라노에 도착.(밀라노 도우모 성당)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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