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4시, 피렌체 입성! 산타 마리아 노벨라역. 그곳에서 나는 피렌체 예술가의 후예를 만났다. 그들의 머릿결에 살포시 내려앉은 석양의 질감이 더욱 그들의 이별을 아쉬워하게 했다. 간절함으로, 이 둘의 가운데 내려놓은 가방만이 누가 떠나는지를 암시하고 있었다. 군청색 가방색과 둔탁한 질감이 남자를 떠나보내고 있었다. 전장에라도 나가듯, 긴 이별식을 감행하는지 부러운듯 멍하니 바라보고만 있었다.
피렌체 여성들은 작은 얼굴과 날씬한 몸매, 뚜렷한 이목구비 특히 깊은 눈동자가 사람을 끄는 마력을 가지고 있었다. 인간의 마음은 나약한 지라 길가에서 마주했던 그 눈빛을 잊어버리는데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다. 아름다운, 아니 아름답다라는 단어로 표현하기에는 성의부족이란 죄책감을 느끼게 하는 도시와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 자연과 사람은 닮는다는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나의 카메라는 연신 사람과 도시를 번갈아 찍어대고 있었다.
플렛폼에서 나오다가 발견한 명장면. 선남선녀, 둘은 껴앉고 있었다. 그 몸짓이 애절하여 카메라를 꺼내 들었다. 그 연인은 답례라도 하듯 키스를 시작했다. 달랑 한장을 찍고 우두커니 바라보고 있었다. 그들의 몸짓에서 피렌체 예술가들의 행위를 읽을 수 있었다. 아니 이렇게 예술로 승화하지 않고서는 도저히 견딜 수 없었다. 시샘과 질투, 견디기 힘든 인간의 감정 중에 하나이다. 이렇게 고상하게 인간의 본능을 예술로 승화하는 나의 순발력에 자화자찬을 한다.
어깨에 맨 가벼운 가방을 빼고는 바닥에 내려놨다. 몸을 정갈히 하고 자신들의 일에 집중하고자 하는 것이었다. 영화에서는 남자가 여자의 허리나 머리칼을 부여 잡는다. 그리고 여자는 남자의 목을 끌어 안는다. 이 정도가 되어야 준비완료 상태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은 살짝 옷깃을 잡고 있는 남자와 무방비 상태의 여자만이 존재할 뿐이다. 여자는 남자에게 모든 걸 맡긴 '무한 신뢰'의 상태이고, 남자 또한 살짝 터치하고 있는 것이다. 서로는 혀끝의 접촉에만 몰입하고 있는 것이다. 선택과 집중, 그것이 서로에게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이들은 이테리 예술가의 후예임에 틀림없다. 예술가들이 삶의 방식과 많이 닮아 있었다.
예술가들이 선택한 그 길에서 자신까지도 버리고 집중하며 몰입한다. 이별 앞에 보여지는 딮키스의 숭고함과 예술가들의 삶의 방식이 별반 다르지 않음을 느낄 수 있었다. 고갱이 모든 걸 버리고 떠났던 타이티 섬, 난간에 지탱하고 프레스코화를 그리며 한쪽눈을 버린 미켈란젤로, 건강을 돌보지 않고 단명했던 천재 예술가들의 삶이 그러했다. 선태과 집중, 그 몰입의 삶말이다. 행인의 눈길에 아랑곳하지 않고 둘만의 시간에 집중하는 것 또한 예술가들이 자신의 작품에 몰입하기 위해 자신에 집중하는 것과 같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 예술가의 후예받게 그들은 그 안에서 그들만이 완성해야 하는 사랑이라는 예술작품을 완성하고 있는 중이다. 그들은 지금도 그 역에 존재하고 있을 것이다.
피렌체의 후예! 선택과 집중, 그리고 몰입.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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