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은 항상 좋다. 어린 시절의 기억 때문이다. 사람이 있고, 풍경이 있고, 이야기가 있어서이다. 할머니의 옛날이야기를 떠올리노라면 가족들과의 추억이 한올 한올 따라 올라온다. 잔잔한 풍광 속에서 고향의 정취가 물씬 풍긴다. 차라도 지나가면 먼지 풀풀 날리던 신작로, 차를 따라 다녔던 친구들의 얼굴이 아련하다. 긴긴 겨울밤, 찐고구마에 동치미 국물을 마시고, 여름의 초저녁은 모깃불의 매운 맛을 보며 눈물을 짜내던 기억가 입가에 미소를 짓게 한다.
가방을 둘러매고 투덜 투덜 걸었던 초등하교 시절의 그 길, 버스 시간에 맞춰 헐레벌떡 뛰어 다녔던 아침길, 야간 자습을 마친 늦은 밤 무서움을 달래려 큰 소리로 노래를 부르며 걸었던 어둠의 밤길, 군 첫휴가때 설렘으로 할걸음에 지나쳤던 그 길, 그리고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상여가 지나갔던 그 슬픈 기억으로 존재하는 이 길이 오늘 따라 눈에 띈다. 시골이 고향인 것이 오늘따라 자랑스럽다.
길가에서 기억을 더듬다.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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